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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카메라는 들이대고 보는거야

by Deborah 2010. 5. 13.


블로깅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일이 부쩍 늘어 났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나 사진기는 나의 분신처럼 따라 다녔고, 사진기를 대고 열심히 촬영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처럼 멋진 사진을 찍는것은 아니다. 음식점에선 음식이 나오기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늘 이런 현상을 지켜 보던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남편: "자기는 사진기를 그만 갖다 대면 안 돼? 이건 뭐 사진기에다 신고식을 하는것도 아니고.."
나: "그래도 증거샷을 남겨야지. 남는건 사진 뿐이야."
남편: "그래. 니 잘 났다!"

이렇게 남편과 사진에 관한 실갱이를 버린지도 어언 3년이 지나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식료품 가게 사진을 보고 외국인 친구의 댓글을 보면서 외국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라고 느껴졌다.

"Were you bored?"
너 심심했구나.

하하하하.. 이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I love taking pictures of weird things.'
"난 이상한 것들 사진 찍는걸 좋아 해."

이런 일이 있은 후, 제니와 마이클이 저녁 식사때 우리집에 왔었다. 물론 제니의 멋진 스파게티가 식탁을 뽐내고 있었고, 우리 모두는 만족스런 식사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그 찰나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사진기를 가져와서 일단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외국 친구들이 웃고 난리가 났었다. 제니가 그런다.

제니: 너. 페이스북에다 이상한 사진들 많이 올린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겠구나.
나: 무슨 이상한 사진?
제니: 내 친구도 페이스북을 하는데, 네가 사진 올린 것을 봤나 보더라고. 아주 다양하게 많이도 올렸다고 이야기를 하던데.
나: 아. 그건 내 취미야.
제니: 그래? 창피한건 없니?
나: 창피하다고 느끼는 순간 사진은 찍을 수가 없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우리 큰딸 아라가 한마디를 한다.

아라: 우리 엄마는요. 사진을 가리지 않고 다 찍어요. 이상한 것들도 많이 있어요. 심지어는 화장실 사진도 찍고요. 음식점에서 음식 먹기 전에 사진 찍는건 기본이에요.

우리 아라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디를 가면 사진기는 나의 분신처럼 따라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으니, 우리 아라도 기억하는건 그것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사진을 찍는 모습에 대한 열정을 표한 남편의 한 마디에 웃고 말았다.

Only my wife could take NINETY-SEVEN pictures in 2 days... Thank goodness for digital cameras. Imagine getting all those pics developed?! (오로지 내 부인만이 이틀동안 97장의 사진을 찍었을거야. 디지털 카메라에게 감사를 표해야겠군. 이 많은 사진을 옛날처럼 현상한다고 상상을 해 봐.)


남편도 그럴것이 저번 우리 가족 여행을 다녀온 사진 중에서 97장을 시누이 집에서 이틀만에 찍어댔던 사건을 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추억들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 모습을 함께 담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좋았다. 사진은 일종의 기록이라고 누군가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기록과 추억이 엇갈리는 시점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서 사진기를 갖다 대고 있는 걸까?
(뭐긴 뭐겠어? 남들이 말하는 이상한 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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