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lf Writing Story/The Real Stories

친구를 사랑했네

by Deborah 2020. 6. 18.

그날의 아름다웠던 너의 눈빛 사이로 나의 감정이 타오르듯이 뜨거움을 삭이고 있었다. 그런 강렬한 몇 볼트의 전기의 짜릿한 느낌으로 온종일을 사장에서 소소한 데이트를 즐겨 보고 서로 웃으면서 손잡고 걸어갔던 그 골목길은 여전히 우리의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하늘은 마치 우리들의 공간을 위로해주듯 따스한 기운으로 감싸 안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한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던 그 심정을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대책 없는 미소만 날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헤어질 수가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나를 향한 진심을 다해 말해주는 입술과 따스한 온기를 가진 사람을 두고 이별이라는 말은 차마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된다. 그 사람을 위해서 아니 나를 위해서 헤어져야겠다고 결정을 내리는 순간 마음은 먹먹해지고 마치 모든 행동들이 하나로 귀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작은 입술로 그에게 큰 상처를 줄 말을 했다. 그리고 그의 반응은 정말 어쩔 줄 모르는 당황된 그런 말과 떨림이 함께 했다.

 

진영: 진심이야? 정말 헤어진다고?

나: 응.. 그랬으면 좋겠어.

진영: 왜? 아니다. 왜라는 이유는 다 정해진 답이 있을 것 같고..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진영 흐트러진 검은 안경테를 추스르면서 말한다.

 

진영: 혹시, 내 친구 때문이야?

나:음.. 아니라고 말 못 하겠어. 응 그 사람 못 잊었어.

 

진영....

나: 미안해. 

진영: 오늘은 그만 하자. 우리 다시 자고 일어나서 이야기하자. 응?

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진영: 내일 내가 전화할 테니까 꼭 받아.

나:....

진영: 난 널 너무 좋아해. 정말 미칠 정도로. 너 아니?

나:....

 

이렇게 그의 일방적 사랑 고백만 들었던 그 순간 흐르는 시간마저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의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던 그 말, 난 널 너무 좋아해.라는 말이 에코처럼 들려왔다. 마치 내 머릿속을 빙빙 돌듯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말지. 안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마음으로 애써 눈물을 감추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런 일이 있었던 그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고 누군가의 사랑이 된다는 것조차 무거운 짐이 될 뿐이라는 어린 시절의 어리석음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예고 없이 다음 날은 밝았고, 부질없이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나의 기다림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그의 전화가 내게로 온다.

 

진영: 나 지금 고속버스 터미널인데.. 너한테 딱 2시간 주겠어.

나: 뭐? 왜.. 그긴 왜 간 거야?

진영: 응 나도 널 위해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한 거야.

나: 무슨 결단?

진영: 우리 떠나자. 응? 2시간 후면 여기를 떠나는 거야. 우리 여행 가자. 그리고 모든 것을 털어 버리자.

나: 안 갈 거야.

진영: 널 2시간 동안 여기서 기다릴 거야. 그때까지도 안 온다면 우리는 여기서 끝이야.

나:...

진영: 널 기다릴 거야.

나: 기다리지 마.

진영: 보고 싶다.....

나:우리 어제 헤어졌잖아.

진영: 그건 너의 일방적 통보였어.

나: 그래도.. 우리 이미 끝이 났는 걸.

진영: 내게도 기회를 줘. 다시. 응? 알아 너 그 사람 잊지 못한다는 걸. 내가 더 잘할게.

나: 그러지 마.. 우리 끝났잖아.

진영: 기다린다. 2시간 후에 보자.

나: 기다리지 마.

진영: 널 많이 좋아해. 안녕.

나:....

 

"널 많이 좋아해. 안녕." 이 말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왜 그는 이런 희망적 고문이 되는 말을 남겼을까. 물론 그날 고속버스 터미널에 나가지 않았다. 그것이 그를 위한 길이었고 나의 미래를 위한 길이었으니까.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마음의 떨림과 그 애잔한 마음까지도 다 읽을 수 있었던 작은 몸부림에도 설렘이 함께 했었다. 하지만 서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그 당시로는 이것밖에 없었다.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미리 그 감정의 싹을 잘라 버린 무정한 나. 하지만 먼 훗날 돌아보면 그 사람은 하나의 안개꽃처럼 피어오르는 환상 속의 그대일 뿐이었다.

 

 

 

 

 

 

 

 

임재범 - 너를 위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