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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The Two of Us

남편의 첫 곡이 탄생 되기까지

by Deborah 2019. 11. 20.

 

예전의 남편 모습(2007년)

 

남편의 출장

오늘 반려자님이 아침에 나가면서 큰아들 한울이를 붙잡고 하는말.. "한울아..아빠 없는 동안 엄마 잘 보살펴야 한다.." 한울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넵" 결혼한지 11년이 되어 가지만..그가 어디를 간다고 하면..

deborah.tistory.com

오늘은 우리 남편님이 뭔가를 하고 있었던 장면을 목격했다. 그런데 남편님이 말을 건다. 그리고 솔직한 견해를 말해 달라고 한다. 뭔가 했더니, 마누라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하하하 그래서 이건 웬 상황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님이 직접 자작한 곡을 노래로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다짐하듯이 묻는다.

자기야. 내가 부르는 노래 어때? 들어줄 만해?

음..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돼?

응.. 솔직하게 최대한 솔직하게 말해줘.

알았어.. ㅠㅠ 미안한데.. 노래는 안 부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헉.. 이 말을 하고 난 후, 후폭풍이 내게 몰아 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ㅡ.ㅡ;;;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했으면서. 암튼 남편님은 부인의 앞뒤 알 잘 없이 말해 버린 독설에 무기력함을 얻었고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ㅜㅜ

남편님의 이런 상황을 보니 미안하기도 해서 살짝 달래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게 왜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는 거야? 그냥 물어보면 내가 좋은 말도 해 줄 수 있잖아.

흥! 다시는 자기한테 음악적 평가를 해달라는 말은 안 할 거야. ㅡ.ㅡ;;;

명색이 음악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아낙이다. 들어보면 될 성 깊은 나무인지 아닌지 바로 직감한다. 그래서 왜 자꾸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한 거야. 난 속으로 남편님이 원망스러웠다. 결론은 앞으로 음악적 평가를 요구하면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야겠다. 그래.. 내가 예전에도 자주 썼던.. 곰돌이 푸우의 자세로 돌아가야겠다. 그러면 서로가 상처도 덜 받겠지.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정작 자신의 목소리 평가절하를 시켜 버린 아내의 말에 넉다운이 돼버리신 남편님은 잔소리를 하듯 나를 원망하는 식으로 말했다. 그래서 안 싸우려고 그냥 모른 척 곰돌이 푸우 자세로 나갔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자.. 혼자서 하모니카만 줄곧 연주를 하시는 거다. 그래서 뭘 하나 하고 우리 아폴로님과 숨을 죽이면서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5시간 녹음을 한 결과물이 나왔다.

"당신 하모니카 연주는 정말 환상적이에요." 이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남편님은 말도 못 부치게 한다. ㅎㅎㅎㅎㅎ 그래서 저녁에 맛난 요리를 해서 달래줬다. 그제야 마음이 풀리신 남편님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남자도 삐치고 한번 삐치면 해가 질 때까지 간다. 나이가 들어가면 성숙되기는커녕 더 어린아이처럼 되어 버리는 뭘까.

이제는 우리 부부 전선 이상무였다.

이쯤 하고 우리 남편님의 실력을 보지 않으련가?

ㅋㅋㅋ

 

음악 연주자: 남편님

음악 리코딩: 식탁

리코딩 날자: 11. 18. 2019

음악을 듣는 동물: 아폴로님

 

 

Audience Of One(하모니카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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