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 유실물 보관소 -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 /파스텔뮤직 (Pastel Music) 한줄평 : 찾았습니다. 내가 잃어버린, 잊어버린 '당신'을. |
3번째 글로 찾아뵙습니다! Deborah 누님께서 이사하시는 동안 제가 이 공간을 지키려 노력했으나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음악을 자주 접하지 못해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쓰기 어려웠습니다...;ㅅ; Deborah 누님께서 이사를 마치시고 다시 돌아오신 즈음에 저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오랜만입니다! 저는 M.T.I입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특히나 많습니다. 자잘하고 사소한 약속부터 시작해서 매우 중요했던 물건들까지. M군이 처음으로 잡았던 필름 카메라(Canon AL-1)와 핸드폰(CanU-501S)를 잃어버렸을 땐,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더군요.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존재를 감추고 사라진 것이다'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자위하려 해도, 상실감이라는 존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 같습니다. 여러 번 그 감정과 마주쳐도 익숙해지지가 않더군요. 약 한 달 전에 Epitone Project의 정규앨범, '유실물 보관소'가 나왔습니다. 지난 스페셜 앨범인 '긴 여행의 시작'을 통해 시작된 여정에서, M군은 자신이 무심코 잃어버린 게 없었나 다시 되짚어 봅니다. 살아가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은 약속이나 물건 뿐만이 아닐겁니다. 첫 사랑의 순수한 기쁨, 실연과 이별의 아픔, 상실의 커다란 공허함, 이러한 마음들조차도 어느샌가 빛이 바래어 마음속에서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며 잃어버린 마음을 보관하는 곳', 이번 Epitone Project의 '유실물 보관소'를 처음 받아봤을 때 들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유실물 보관소, 그 곳에선 어떤 음악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사실, 처음엔 이 앨범이 귀에 착 감기진 않았습니다. 아니,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해야할까요. 전작이었던 '긴 여행의 시작'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긴 여행의 시작'의 경우엔 키보드로 작업한 곡이 다수였고, 곡 구성도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소박하면서도 소소한 곡들이 마음속으로 번져가며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 이것이 Epitone Project의 매력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이번 앨범은 키보드 이외에도 다른 세션의 참여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감성과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기타'의 멜로디가 앞으로 나오게 된 두 곡, '선인장'과 '유채꽃'이 맘에 들었습니다. 겉으론 메말라 보이지만 지치고 힘든 주인을 위로하는 선인장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건조한 기타음과 촉촉한 물방울소리가 대치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유채꽃' 또한 포근한 마음과 따뜻한 노란색을 한껏 머금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홀로 남겨져 있는 외로움을 기타로 아름답게 펼치고 있었어요. 객원보컬의 참여도 굉장히 빵빵해졌습니다. 때로는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이 참여한 곡 '반짝반짝 빛나는'과 같이 독특한 느낌을 선사해 주는 곡도 있지만, 대부분 '유실물 보관소'라는 컨셉에 맞춰서 짜여져 있습니다. '해열제'처럼 산뜻하면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는 곡도 있구요. '의도치 않게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 계속 간직해 나가기엔 버거워서 일부러 흘려버리는 마음도 있구나'하는 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세게 울어버리고 털어버리는 행위를 통해 말이죠.
'유실물 보관소'가 '긴 여행의 시작'과는 판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야기하는 마음만큼은 지난 앨범과 다르지 않습니다. 타이틀 곡인 '한숨이 늘었어'는 지난 사랑에 대한 후회와 아픔을 풀어내고 있습니다.'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Hommage to Moonrise)'에서 보여준 이진우 씨와의 Duet은 이번 곡에서도 그 빛을 발합니다. '이화동' 또한 좋았습니다. 한희정 씨와 함께 작업한 이 곡은 이전에 두 사람이 같이 작업했던 '그대는 어디에'의 속편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헤어진 애인과 함께했던 시간, 공간 그리고 추억에 대한 기억만은 마음 속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앨범 전체에서의 비중은 작을지 모르지만, 소박한 연주곡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라는 곡은 아련합니다. 흘러가는 흐름 속에 남아있는 것은 추억 뿐입니다. 추억 속에서 함께한 대상은 언제부턴가 흐릿해져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시절 누군가와 함께했던 순간만이, 그랬다는 사실만은 기억 속에 남아 있었어요. '서랍을 열다'를 들을 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졌습니다. 잊으려 애를 써도, 다 잊었다고 생각하려해도,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그 추억의 한 조각과 우연히 마주한 순간, 다시금 흔들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몸과 마음이 자랐다고 해도 이것 만큼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Epitone Project를 처음 접했을 때, 'Toy의 감성계보를 잇는 신예'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두 프로젝트의 음악이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Toy'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 데셍화로 비유할 수 있다면, 'Epitone Project'는 밝은 톤의 물감을 한껏 머금은 수채화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비록 정규작업으로 내 놓은 앨범은 이것, '유실물 보관소' 밖에 없지만, 앞으로 또 어떤 노래를 통해 소박하지만 벅찬 감동을 선사해 줄 지 기대됩니다. 이 앨범을 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각기 자신이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아가길 바랍니다. 사정상 들려드릴 수 없지만, 저의 경우엔 '봄의 멜로디'에서 잊어버리고 있던 걸 다시 찾은 것 같아요. M군이 사랑하고 있었던, '당신'이란 존재를 말이에요. 손은 닿지 않지만, 저 멀리, 나를 보고 웃고 있는 당신. 언젠가부터 잊고 지내던 그 마음을, 겨우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고마워요 차세정 씨, Epitone Project,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도. 기다려요. 거기 있어줘요.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
http://hihihi1987.tistory.com2010-06-06T00:33: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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