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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외국에서도 시집살이 있나요?

by Deborah 2009. 6. 14.

먼 바다의 끝 없는 파도와 바람의 속삭임 속에서 쓸쓸히 앉아 있는 당신의 모습은....




오래전에 있었던 필자와 친하게 지내던 학교 친구와 나눈 대화를 나누어 볼까 한다. 그녀는 31살의 꽃다운 나이에 10살이나 넘는 나이를 극복하고 외국인 신랑을 맞이했다. 중국여자인 그녀는 외국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당연히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남편과 오붓하게 생활할 꿈만 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의사와는 달리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그녀와 함께 시카고에 있는 한국 식품점을 가면서 차 안에서 서로 주고받았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그녀: 내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거 모르지?
나 : 정말? 외국에 살면서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
그녀: 사실은 남편이 결혼하고 나면 시어머니를 여동생 있는 집에서 6개월 살게 하다가, 또 우리 집에서도 6개월 살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지.
나: 결국엔 시누가 시어머님을 모시지 않았구나?
그녀:응 그렇게 된 거야.
나: 저런. 너도 마음 고생이 아주 심하겠다.
그녀: 말도 마. 집에 있으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이렇게 밖으로 나오는 거야.
나: 시어머니 건강도 안 좋으시다면서. 착한 일 한다 생각하고 견디어 봐..
그녀: 안 그래도 그렇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도 그게 그렇게 안 된다.


잠시 여기서 그녀는 집안 살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어머님이 빨래에다 청소 그리고 요리까지 다 하신다고 합니다. 그런것이 아주 당연하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나: 넌 아주 편하겠다. 시어머니께서 빨래도 다 해주시고.
그녀: 빨래해주는 것보다 시어머님이 단 며칠이라도 좋으니 다른 시누 집에 가 계셨으면 좋겠어.
나: 에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난 이런 경험을 해 본 기억이 없어서 말이야.
그녀: 넌 내 심정을 이해 못 할 거야. 남들은 나를 나쁜 며느리로 볼지는 몰라도 외국까지 와서 외국남편 만나서 결혼해서 사는데 시어머니가 함께 산다는 것이 말이 되니?


이렇게 그녀의 신세 한탄은 끝이 없이 주절 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미국도 시어머님이 며느리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늙어 가는 신세가 될 것이 뻔한데도 아주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당장 다른 곳에 계시면 편하지 않을까. 남편하고 오붓하게 둘이서 보내고 싶은데.. 시어머니라는 존재가 마치 걸림돌이 되고 마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양로원에 보내고 싶어도 시어머니께서 반대하셔서 보낼 수도 없는 사정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말하던 그녀의 심정이 어떨까. 한 번 생각해 보기도 전에 왠지 시어머니가 안타깝고 늙어서 자식들에게 대우도 잘 받지 못하고 사시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외국에 산다고 해서 다 그런 분들만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은 소중히 지켜 가면서 어른을 대우해주고 공경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우리 엄마는 제대로 며느리한테 대우받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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