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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외국 잡지에 실려진 우리나라 작가의 글

by Deborah 2008.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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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성 잡지로 유명한 에스콰이아란 잡지에서 냅킨을 이용해서 픽션의(허구) 글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한 잡지사는 2007년도 3월에 250명의 유명한 작가들을 상대로 세계 각국에 250장의 냅킨이 보내졌습니다. 특이한 것은 냅킨은 칵테일바에서 사용되는 냅킨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보내는 겁니다. 각국에 보내어진 냅킨 중에서 100장의 냅킨 안에 작가들이 글을 써서 보내어 왔다고 합니다.

특이하게 저의 눈길을 끌게 했던 것이 바로 우리 한국인 작가이신 김영하 씨의 글이 바로 에스콰이어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의 글 제목이 바로 명예 살인 이었습니다.
이분의 글을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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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살인

그녀는 곱고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스물한 살의 여자였다. 아무것도 안 발라도
늘 독톡하고 생기 있는 얼굴이었다. 바로 그 이유로 그녀는 피부과 병원의
접수담당 직원으로 채용되었다. 일은 단순했다. 환자들의 이름을 받아 적고
상냥한 목소리로 "잠깐만 앉아서 기다리세요."라고 말하고는
착율 차트를 찾아 간호사들에게 건네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화사하고
투명한 피부는 찾아 오는 환자들에게 병원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심어주었다.
갑자기 늘어난 환자로 병원은 늘 북적 거렸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의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뾰루지로
시작된 트레블은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얼굴 전체로 번져갔다.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은행에서 빚을 내 개업한 젊은 원장은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중에는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그럴수록 상처는 더욱 악화되었다.
붉은 반점이 울긋불긋 얼굴 전체를 뒤덮어 멈춰서 보면 잘못 구워낸 피자처럼 보였다.
원장은 절망하여 제 머리를 쥐어뜯었고 간호사들은 그녀를 미워했다. 어느 봄날,
그녀는 "모두에게 죄송하다" 는 글을 남기고 자살했다. 병원은 새로운 직원을
뽑았다. 그녀의 피부가 눈부셔 모두 눈을 감았다.

2008년 1월 8일  김영하


이 글을 읽는 순간 냅킨에 적기에는 너무 무거운 소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멋지게 글을 쓰신듯하여 이렇게 글을 옮겨 봤습니다. 우리나라의 멋진 작가분의 글이 이렇게 유명한 잡지 코너에 소개된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주변인들로 말미암은 그들의 압력과 그것에 시달려 벗어나지 못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의 심정을 잘 표현 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심정을 다 이해는 하지 못하지마는 저도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모두 생각해 봐야 할 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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