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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Writing Story/The Real Stories

책가방 썰

by Deborah 2020. 6. 6.

 

어린 시절 책가방을 떠오르면 그날의 악몽이 재현된다. 그때가 중학교 다니던 때었다. 당시 필자는 자전거로 통학하는 평민의 삶을 살고 있었다. 평민의 삶은 때로는 돈 때문에 서운한 일들이 벌어지는 현상을 체험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다른 걱정과 고민으로 힘들지만, 평민들은 늘 돈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그 문제가 있는 돈과 관련이 있었던 사건이 책가방이다.  그날은 집 앞의 연못에서 마치 유령이라도 나타날 듯한 안갯속에서 연못이 나를 보고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엄마와 잠시 다툼이 있었다.



필자: 왜.. 왜 안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육성회비를 내는데 나만 반에서 안 냈단 말이야.

엄마: 미안해. 지금 없는데 어떡하니?

필자: 몰라.. 몰라. 나 학교 안 갈 거야.



모녀의 말다툼을 확인 사살하고 계셨던 아버님의 결정적 행동이 먼 훗날, 책가방 PTSD 현상이 발생했다. 아버님은 큰소리로 한 마디 딱 하시고 아주 결단 있는 행동을 보이셨다.



아버지: 뭔 계집애가 그냥 없으면 없는 줄 알지. 우리 집구석이 돈을 찍어내는 회사도 아니고. 학교 가기 싫으면 가지 마.



그러시면 자전거를 한 손으로 집어 드시더니, 집 앞의 논에다 내리꽂으셨다. 자전거는 수십 간에 공중부양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 모가 심긴 논에 처박히게 되고, 필자의 책가방은 논에 물이 가득했기에 다 젖어 버렸다.



이런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자, 어린 마음에 일어날 수 있었던 한 가지 행동은 울음이었다.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지 옆집 아줌마가 원정을 나오셔서 구경까지 할 지경이 되었다. 그 서운한 마음이 가득해서 울고 있는데도. 어머님의 행동은 달랐다. 혹시나 딸아이의 책이 더 많이 젖게 될까 봐 논에 처박힌 자전거는 내 챙겨 치고 책가방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ㅠㅠ



필자:엄마 그냥 둬. 하지 마. 나 학교 안 갈래.



이런 필자의 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물에 젖었던 눈물의 교과서를 한 장씩 아궁이 불에 달구어진 솥뚜껑 위에다 말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던 아버지는 속이 상하셨던지 우리 모녀를 뒤로 한 채, 어디론가 행하니 가셨다.



우는 딸의 눈물을 닦으시면서

손을 잡고 어머니는 말했다.



엄마: 너 그런다고 학교 안 가면 너만 손해야.



정말 어머니 말이 맞았다. 그날은 교과서 없는 학교 등교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학교 앞까지 버스를 타고 가라고 거금의 돈을 주고 딸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계셨다. 그 당시 심정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꼴 사나운 것도 경험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마저 미치자 서럽게 소리 없이 눈물만 훔치면서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의 덜컹거림이 그나마 나의 훌쩍이는 소리를 잠적시키고 말았다.



문제는 학교에 도착하니, 수업 시간마다 옆 반으로 책을 빌리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눈앞을 캄캄하게 했다. 그런 나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던 씨름부의 무식한 (그 당시 느낌임) 멀 때처럼 큰 아이가 다가왔다.



남학생: 너 오늘 책하고 필기 노트 없다며?

필자: 응 그런데?

남학생: 응 너만 괜찮으면 내 것 줄게,



그 당시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가 아니었다. 오히려 잘됐다 싶어서 그 남학생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랬더니 그의 반응은 이랬다.



남학생: 그럼 나보고 오늘 웃어 주는 거다.

필자: 헉.. 내가 왜?

남학생: 싫어? 그럼 내 교과서하고 필기 노트 내놔.

필자:... 알았어. 한다고.. 

 

그렇게 마지못해서 씩 웃어 보였다. 그런 나의 미소가 그날 그렇게 보고 싶었다고 말했던 그 남학생의 모습이 오블 랩이 되면서 문득 아버님에 대한 추억 속에 봉인되어 버렸던 아이였다. 그 아이의 모습을 어렴풋이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어린 마음에 그렇게 무식한 사람은 안된다고 폄하해버린 선입관적 남자의 시선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이어져, 단 한 명의 남자 친구도 없었다.  그리고 문제의 사건이 20살에 일어나게 되고, 그때는 암흑 같은 세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남학생 하고 사귀었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남자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을까?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던 그 시절.. 나의 순결은 그렇게 비참하게 한순간에 핏물처럼 내려앉았다. 너무 아픈 마음. 분노 이런 것이 그 당시 얼룩진 눈물로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미국행을 결심했었다. 그 후 나의 첫사랑이 찾아왔다.







다음 편..???

 

 

 

녹색지대 -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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