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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Stories/The legend of NaBi

너를 보고 있다

by Deborah 2020. 3. 27.

우리 집에서 가장 팔자가 좋은 동거인이 있다. 그건 바로 상전이신 나비씨와 아폴로이다. 나비씨는 저기 사진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름다운 고양이고, 아폴로님 검은 짐승이다. 하하하 둘은 앙숙지간으로 아직도 풀지 못하는 실타래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가까워질 수가 없는 사이인 것 같다. 어떨 때 행동을 보면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또 다른 날 보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외면한다.

 

우리 집의 상전인 나비씨는 늘 집안일에 대해서 일일이 관섭을 하시는 편이셨고 몰래 밤마다 순찰을 돌고 우리 집안의 대소사를 다 꽤 뚫고 있다. 우리 부부의 비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필자의 침대가 있는 방이 상전 나비씨의 영역이었다. 그런 반면에 우리의 아폴로는 그냥 아무 데라도 좋다. 편안하게 누우면 다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 하나 보다.

 

두 상전을 모시다보니 해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폴로의 물과 식사를 대접해야하고 상전 나비씨는 늘 하던 데로 있는 듯 없는 듯 필요할 때만 못살게 구신다. 사람으로 본다면, 아주 성격이 이기적이고 이득이 없으면 알 짤 없는 캐릭터로 보인다. 아폴로는 반대로 정이 많아서 다 퍼주고 사기를 당하고 남을 캐릭터이다. 이렇게 두 동물의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으니 서로 친해질 수가 없다.

 

그런 그들의 거리두기 작전을 보기로 한다. 그런데 우리 나비씨는 외모가 어찌나 출중 하시던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집사가 헤어나기 힘들 정도였다. ㅎㅎㅎ 너무 예쁜 나비씨와 그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장본인 아폴로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야옹. 집사 왔냐?

네 왔어요 ㅋㅋ 사진 찍죠?

맨날 사진 타령이냐?

사진 찍기 싫어. 좋은말 할 때 저리 가라~~

널 지켜 볼 거야

아주 그윽한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고 계신 나비씨

미동이 없었다. 그냥 집사를 향해 해탈의 경지에 이른 표정이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냐?

자 가까이 오시고. 클로저 업 합니다. 하나 둘 셋. 찰칵.. 헉

 

뭐야? 지금 뭐 한 거냐?

고얀 것.. 어디 보자! 

그래 어디 나의 레이저 광선의 눈빛을 받아라~~ 얍~~ 압~~~

아직도 안 갔냐? 왜 자꾸 사진을 찍어 대는 거야? 냐옹. 냐옹.

 

찍지 마. 찍지 말래도. 나 초상권 있는 몸이야!

필자를 향해서 아주 고얀 놈이라고 혼줄을 내주고 있는 나비씨 었다. 화가 잔뜩 나셨다.

그래도 내 말을 안 듣냐? 카메라 작동 금지 실시한다. ㅋㅋㅋ

이런 계속 찍어 대고 있냐? 냐옹 냐옹.. ㅋㅋㅋㅋ

 

고얀 집사 같으니라고~

날 찍어 줘. 제는 싫다고 하잖아..

너 가만히 있어야 사진을 찍지.

왜 자니? 사진 찍자 메? ㅋㅋㅋ

 

너무 졸려..

사진 나중에 찍으면 안 될까?

이런..ㅌㅌㅌㅌ 같으니. 왜 여기 와서 누워 있는 거야. 당장 침대 아래로 내려간다. 실시!

왜 내가 그렇게 미운 거야?

너의 꼬리를 내 발에 대기만 하면 싸 데기 맞을 줄 알아~

나비씨는 가만히 있는 아폴로를 향해서 핀잔을 주고 있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아폴로는 나비씨가 뭐라든 상관도 안 한다.  이런 그들의 관계가 언제쯤이나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아마도 이생에서는 힘들듯 ㅋㅋㅋㅋ

 

오늘 이렇게 우리 나비씨와 아폴로가 나의 침대를 독점했다. 침대 위에도 위 아래로 영역 구분을 철저하게 하시는 우리 나비씨. 절대 자신의 영역을 빼기지 않겠다는 진념이 대단하셨다. 아폴로가 다가오면 공포의 소리를 지르고 손은 이미 싸데기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칫밥이 백 단인 아폴로는 알면서도 나비씨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런 알콩달콩한 둘의 모습이 오늘은 멀게 느껴 지지 않았다. 그들의 거리는 가까웠으나 마음은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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