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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미스김이 우리집에 왔다.

by Deborah 2019. 6. 9.

그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작년 태풍으로 인해 앞마당의 나무가 벼락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결국 벼락을 맞았던 그 나무는 이렇게 죽은 나무로 둔갑해 버리고 남편님은 열심히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마누라는 그냥 옆에서 거드는 것이 없다. 늘 빈말로 하는 말이 있다.

자기야. 잘한다. 그래..그렇게 하면 돼.

하하하 말은 잘한다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저렇게 막노동을 내가 한다면 못할 것 같은데, 대단한 체력에다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남편님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새로 모신 나무를 위한 흙도 가게에 가서 이미 사 오신 상태였다.

오늘의 주인공이시다. 이렇게 잘 빠진 외모를 지닌 이 나무님의 정체가 뭘까?

이때까지만 해도 난 몰랐었다.

옆에 나무에 관련된 설명이 붙여진 상가있었다. 그냥 관심 없었고 나무에 초점을 맞추어서 사진을 찰칵하고 셔트를 누른다.

이렇게 보니 라일락 나무였다. 남편님은 마누라의 생각을 100프로 실천으로 옮기고 계셨다. 벼락 맞은 나무 대신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하나였다.

라일락 나무. 그걸로 해.

그래서 오늘날 이 라일락 나무를 우리 집으로 모시게 된 거였다.

열심히 막노동의 본질을 보여주고 계신 남편님이셨다.

조금만 하면 돼. 힘내. 파이팅.

이렇게 큰소리로 말하는 아내의 응원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근데 우리 남편님 땀을 뻘뻘 흘릴만한 이유가 다 있었던 거였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날씨는 땀을 머리에서 발 끝까지 비 오듯 세례를 받고 계신 남편님을 위한 맞춤형 날씨였다.

가까이에서 찍었던 이 라일락 나무의 정체 이때까지도 무시하고 있었다.

결국, 벼락 맞은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고 새로 사 온 나무를 심을 차례가 되었다.

 

 

이렇게 예쁜 자태를 드러내면서 나를 향해서 인사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 반가워.라고 말이다.

그래도 이때까지도 무시했다. 하하하 나중에 남편이 한마디 하셨다. 

자기야. 혹시 저 나무의 이름이 뭔지 알아?

뭔데?

미스김이야.

뭐 미스김?

응 한국산인데 미스김으로 이름이 지어졌데.

안 믿긴다. 그럼 지금 나무에 걸려 있는 상표를 확인해 봐.

 

정말 그랬다.

그녀의 이름은 미스 김이었다.

그녀가 우리 집에 왔다. 지금 그녀는 앞마당에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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