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ving in America

내가 사는 집이 마약거래처였다니?

by Deborah 2011. 5. 14.
"딩동.."
"누가 왔는지 나가 봐.."
"엄마 경찰이 밖에 와 있는데."
"뭐..경찰..경찰이 왜 왔데?"
"나가 봐.."

나른한 오후 시간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미국 경찰의 방문이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집을 찾아왔는지 물어봤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아.네. 혹시 이곳에 00씨 사시나요?"
"안 사는데요. 예전에 살던 분인가 봅니다. 우리는 작년 6월에 이사 왔어요."
"미안 하지만, 집안을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왜요?"
"잠시면 됩니다. 딱 3분만 둘러보고 가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들어 오세요."

막상 경찰을 들어오라고 말을 했지만, 마음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경찰이 수색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집을 수색한다는 자체도 말도 안되었지만, 철저히 사생활을 지켜준다는 미국 경찰의 태도와는 색다른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아니..무엇 때문에 집안까지 들어와서 수색하는지나 들어 봅시다."
"사실은 이곳에 거주하는 00씨가 법원 출석 명령서를 받고도  참석하지 않아서 직접 나온 거랍니다. 00씨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으시고, 그분이 이곳에 안 사는 것 확실하죠?"
"그런 사람 몰라요. 여기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다고 말했잖아요."
"지금 살고 계시는 집이 예전에 마약관련 사람들이 모여드는 집합 장소였고 거래망으로 사용된 집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수색을 하게 되었네요.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나..우리 집이 예전에 마약거래처 통로가 된 집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하기야.. 이웃집 사람이 경고를 준 기억이 났다.

"사시는 집에 경찰이 자주 찾아 오는 걸 봤어요. 이야기 듣기로는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이웃집 아주머니는 경찰이 자주 찾아오는 집이고 주변에서 경찰 신고를 했던 문제의 집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당시 이사를 들어 왔을 때는 이런 상황인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이사를 오고 한 달이 지난 후에 경찰이 찾아왔었고..또 몇 개월이 지난 다음 찾아왔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집안을 수색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남편에게 연락했더니 경찰이 다시는 집을 찾아와서 예전 살던 사람을 찾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사는 집을 고를 때는 잘 고르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당하고 보니 자세히 알아보고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가 살고 있던 집이 마약 거래처였다니..상상을 하기 싫은 모습이었다. 마약과 거리가 먼 우리 가족에게 생소한 마약이라는 단어를 새삼스레 떠오르게 해주었던 사건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