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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

by Deborah 2011. 3. 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라는 주제가 어쩌면 너무나 광범위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오늘 필지가 쇼핑을 하면서 만나게 된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야겠다.

남편이 군대에 소속되어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커미서리(Commissary미군부대 안의 식료품가게를 총칭하는 말)에서 만났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포장하는 일과 포장된 물품을 차에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배달을 해주면 팁을 주게 된다.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여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힘들지 않으세요?"
"늙었다고 집에서 쉬면 더 병만 나고 안 좋아요."
"아. 그래서 움직이고 하시는 거군요."
"네. 이름표 보이시죠? 걸어가는 송장이라고 적혀져 있지요?"
"어머나 정말 그렇네요. 하하하 재미있는 별명인데요."
"사실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그래서 주변 사람이 지어준 이름이랍니다."



"아 그러시구나. 몰랐네요."
"한국분이시죠?"
"네."
"아내도 한국 사람입니다. 지금 같이 포장 싸는 일과 짐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내는 나이가 63세이고, 전 올해 77세가 되었네요."
"어머나 대단하세요. 두 분이 같이 일하시고 젊게 사시는 모습도 보기 참 좋은걸요."
"고마워요."
"할머니한테 안부 좀 전해주세요. 어떤 한국여자가 안부를 전한다고 말이죠."
"네 알겠습니다."
"여생이 항상 기쁨이 충만하고 축복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네. 안녕히.."


할아버지와 대화는 잔잔하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들어보니, 예전 커미서리에서 나를 아주 예쁘게 보셨던 할머니가 아내였던 것이다. 그 할머니는 빈말이라도, 필자를 보고 젊고 예쁘다고 말 해주셨다. 그날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무리 나이가 든 분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누군가 예쁘고 젊다고 말해 주면 고맙고 기쁨으로 다가오는 나이가 되어 버렸던 나. 할아버지는 당뇨병이 있어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다 먹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죽을 고비도 많이 넘기고 해서 주변에서 지어준 별명이 걸어가는 송장(Walking Deadman) 이라는 애칭이 붙었다고 했지만, 자신은 그만큼 하는 일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천천히 일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늙어서 집에 있으면 병만 나고 좋을 것 없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가슴에 박힌다.

예전 간호보조 실습을 나갔을 때, 만났던 90살이 된 할아버지와 93살이 된 할머니의 양로원의 삶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져 온 기억이 난다. 할머니는 치매 때문에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었지만, 무의식중에서도 할아버지가 옆에 있다는 사실에 평온을 찾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잡으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차원과는 또 다른 느낌의 사랑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할아버지는 정신도 맑고 건강하셨지만, 할머니를 위해서 양로원 생활을 같이 하고 있었다. 그 부부가 아직도 잘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먼 훗날 우리 부부도 저들처럼 아름답게 사랑을 하면서 마지막을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켜본 두 커플이 사랑하며 서로 지켜주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남편을 챙기고 있는 할머니와 아내를 챙겨주던 할아버지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나도 늙으면 저렇게 우리 남편과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에게 노년에는 당신과 함께 친정어머니 사시는 시골에서 목회하자고 한 기억이 난다. 정말 황당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꿈은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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