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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The Two of Us

특별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남편의 이야기

by Deborah 2011. 2. 9.


평상시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였습니다.

"오.. 자기 오늘 일찍 퇴근했네?"

"아니야. 지금 정장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해."

"아. 자기 또 ... 거기 가는구나."

"응.."

"힘들지? 힘내.. 자기 이번에도 잘할 꺼야."

남편에게 힘내라는 말은 해주었지만, 정작 힘내라는 말이 큰 위로가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남편이 간다는 곳은 바로,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보호자에게 사망 소식을 전달 하러 가는 것입니다. 지금, 남편이 맡은 임무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고, 특히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보호자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고 그들의 절망과 슬픔을 보고 옵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슴 아파하는 모습에 남편도 같이 가슴이 아파져 옵니다. 차마 눈으로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역시 그런 힘든 일이 주어졌고, 평상시와 같이 소속부대 동료와 함께 부고 소식을 전하러 병사가 산다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한 시간 후에 돌와 왔습니다. 뭔가 너무 빨리 전달 된 것도 이상하고 해서,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봤지요.

"어머나. 자기 오늘은 금방 왔네."

"아니. 허탕치고 오는 길이야. 그곳에는 아무도 안 사나 봐. 그냥 전해줘야 하는 사망 소식을 전달도 못 하고 왔지."

"그랬구나."

정말 남편 말처럼 부고 소식을 전달하려고 간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인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 새벽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남편이 전화를 받더니,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왜.. 무슨 일이야?"

"응.. 글쎄..ㅜㅜ 그 집에 사람이 살고 있었어."

"헉. 사람이 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했데?"

"당신은 보면 몰라?"

"..."

"우리가 도착한 걸 눈치채고 일부러 문을 안 열어준 거야. 그러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안 들어도 되니까. 그냥 외면 한 거라고 봐."

"아. 정말 그 사망 소식을 받아야 하는 아들의 어머니는, 가슴이 얼마나 무너질까..ㅜㅜ"

남편 말처럼 그들은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겁니다. 남편과 동료가 도착한 것을 눈치를 채고 마치 저승사자를 맞이하듯이, 집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절대 자식은 죽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나 봅니다. ㅜㅜ 그런 그부모의 심정을 생각하자니, 가슴이 많이 아파져 오더군요.



내가 하는 일은 축복된 일이야.


남편은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죽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때로는 5시간을 운전해서 보호자가 있는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까지 가서 사망 소식을 알립니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정말 힘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막내아들 가온이가 한 말이 문득 생각나네요.

"아빠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싫은 일은 뭐에요?"

"글쎄.."

" 난 알아요."

"뭔데?"

"그건요. 아빠가 죽은 사람 소식을 그들의 부모나 아니면 가족에게 알리는 일이잖아요. 전 그런 일 절대 못 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아빠가 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일이란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아빠가 그 일을 해내고 그들의 아픔을 알고 달래줄 수 있는 일은 축복된 일이란다."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일이 축복된 일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축복된 일인지 말이죠. 우선, 죽음을 알리는 일은 그들의 아픈 마음을 보는 것이고, 그 마음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된다는 겁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 바로 그런 심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마음을 지닌 그들을 누가 위로 한단 말입니까.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서는 힘들지요. 아마도 그런 것을 남편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고, 앞으로도 힘들어질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 말처럼 뭐 그냥 직업으로 생각해서 죽었다고 알려주고 오면 그만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들의 표정을 보게 되면 울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도 울고 맙니다. 진정 차가운 냉혈인간이 아니고선 말이죠. 그래서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겁니다.



글을 마치며


전쟁의 비극은 없어져야 합니다. 온 세상에서 전쟁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 때문에 슬퍼하고 , 전쟁때문에 울고 지내는 그들의 마음을 안다면, 전쟁은 목숨을 바쳐서, 싸워 이겨낼 수 있는, 영광스러운 월계관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건 단지, 정치적인 이념의 차이 때문에 죽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목숨을 담보로 택한 직업군인의 길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끝까지 살아남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그들의 꿈이고 소망입니다.

오늘 한 번쯤, 당신이 사랑하는 남편의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먼저 글을 읽으실 때, 미국의 현재 전쟁을 옹호하고자 쓴 글이 아님을 밝혀 드리며, 악성댓글은 삭제 조치 들어감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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