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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김윤아 3집 리뷰 - 315360

by M.T.I 2010. 5. 5.



  우선 처음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연한 기회로 Deborah 님과 친해지고, 제의를 받아 Love Letter의 'Music에서 함께 글을 쓰게 될 Magic & Tarot Inside, 줄여서 M.T.I라고 합니다! Love Letter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니 기분이 조금은 설렙니다!^ㅡ^ Deborah님보다 필력이 우수하다거나 샘솟듯 퐁퐁 올라오는 건 아니지만(?!) 음악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1人으로서 제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도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끔가다 제 블로그도 들러주시면 더 좋구요 ㅡ>[어이]]
그럼, M군의 음악리뷰, 처음으로 최근에 나온 김윤아 솔로 3집, <315360>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김윤아 3집 - 315360김윤아 3집 - 315360 - 10점
김윤아 노래/티엔터테인먼트



한 줄 평 : 노래해요. 작은 희망이라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어둠을 지고 있을 겁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 인간 관계에 대한 허무함, 사랑하는 사람과의 상처,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모습으로 그것은 존재합니다. 그 어둠의 참을 수 없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사람도 있고,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가는, 아니 살아지는 사람들도 있고, 그 어둠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어둠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본인에게만 주어진, 본인만이 감당할 수 있는 무언가일지도 몰라요.
  

  김윤아의 솔로 3집이 나왔습니다. 6년만이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서 4년이 모자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녀에게도 작지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315360이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달고 나왔습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5집에서의 17171771과 같은 삐삐언어일까 싶어서 이리저리 돌려봤는데 아닌거같고... 핸드폰자판에 맞춰서 눌러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는데도 의문이 풀리진 않네요... 



  김윤아의 솔로앨범은 철저하게 어두운 컨셉을 유지해 왔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첫 솔로앨범이었던 <Shadow of your smile>과 두번째의 <유리가면> 모두 그러했습니다. 이번 앨범도 그 컨셉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가만히 두세요'라는 곡을 듣고 있다보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옵니다. 상냥한 침묵과 따스한 외면만을 통해 위로를 받는,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어떤 것도 상처만이 될 뿐인 상태에서, 절대 고독만이 필요한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상처받고 외로웠을까요? 




 전에 자우림의 미니 앨범을 리뷰하면서도 말했지만 김윤아만의 독특한 창법(무미건조하게 읊조리는 듯하다 강렬하게 외치는 느낌이랄까요?)은 우울한 감성을 노래하는 데에 독보적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 덕분에, 때로는 자우림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이번에도 그러합니다. 도쿄 블루스입니다.

 


그녀의 솔로 1집, Shadow of your smile의 자서전에서 말했듯, 그녀가 첫번째로 경험한 죽음이 그녀의 고양이 '나비'였기에, 김윤아는 애완동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지도 모릅니다. '연약한 존재에 대한 죽음'을 노래하는 가사에 입혀 놓은 흥겨운 멜로디는 너무나도 잔인한 역설입니다. 자우림 4집 '르샤마지끄'에서 보여주었던, 고양이에 대한 매지컬(Magical) 판타지와는 다른 모습의 노래. 'Cat song' 입니다.



  <315360>의 어두움 또한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315360>에는 전작 <유리가면>의 짙고 무거웠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에게 일어난 변화가, 음악적으로도 영향력을 끼친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타이틀 곡, 'Going Home'입니다.
  



  Going Home에서는 차가운 현실 속의 소박한 희망 하나를 꺼내어 들려줍니다. 그것은 비눗방울처럼, 쉽게 깨지고 터져서 없어지더라도 다시 불 수 있는, 그리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것이에요. 아이러니라고 하면, 서로 칼을 겨누고 사랑하는 사람들, 삶에 지쳐서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노래하는 존재가 순백의 천사가 아니라 어둠으로 얼룩 진 검은 타락 천사라는 점입니다. 어둠은 더 이상 버려야 할 짐이 아닌, 마음 한켠에 언제나 두고 있는 빛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어요.





  <315360>에 그려진 어둠은 한없이 침잠(沈潛)하는 존재와는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방황하다 그 안에 꼭꼭 숨겨 놓은 빛 한줄기를 발견한 것만 같았습니다.  허상, 공상 속에 존재하는 우울, 분노, 증오와 같은 날카로운 파편을 꺼내기 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며 누구나 느끼는 슬픔, 사랑, 고통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노래 또한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곤히 잠든 아이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어떠한 걱정없이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어머니의 품안과 같은 안식을 가져다줍니다. 에뜨왈르입니다. 




 

 1%의 빛과 99%의 어둠이 공존하는 세상. 이번 앨범은 마치 이러한 세상의 단면을 반영하는 듯 합니다. 어딘가 뒤틀려 있는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이상한 세상의 릴리스'부터 시작해서 순수한 사랑으로 상처받는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밀의 정원', 차가운 마음으로 일관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얼음 공주'와 삐뚤어진 시선으로 자신만을 자해하는 '착한 소녀', 슬픈 세상 속에서 신을 원망하며 눈물 흘리는 '검은 강'을 지나 다시금 '이상한 이야기'로 마치는 이 앨범 곳곳엔 알수 없는 빛과 희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얼마 안되는 희망이라는 빛의 밝기는 어둠을 이겨낼 만큼 강렬합니다. 다만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숨겨져 있을 뿐이지요.





  아무리 슬프고, 힘들고, 미쳐버릴 것 같은 일들로 가득한 세상이라도, 우리는 그 얼마 되지 않는 희망 때문에 웃고,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서고, 그것을 갈구합니다. 설령 그 속에 존재하는 희망이 허상일 지라도, 저 또한 그것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윤아 씨 감사합니다. 어둠 속의 작은 빛 하나를 노래해주어서요. 


ps. 어느 네티즌의 제보에 의하면, 315360이라 함은 김윤아의 36년 인생을 시간으로 환산한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제보 감사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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