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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외국인 사위와 통화를 하는 친정엄마

by Deborah 2010. 3. 13.

2001년도에 찍었던 추억의 사진인데, 이 사진은 유일하게 아버지와 찍었던 사진이고, 어머님의 모습이 고스란이 담겨져 있었던 사진이라서 소중한 사진으로 다가 온다. 그 당시 막내아들 가온이는 10개월, 큰아들 한울이는 4살, 큰딸 아라는 6살이었다. 어머님의 모습이 가온이로 인해 가려져 있긴 하지만,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친정에다 전화를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인지라,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친정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마음이 고스란히 전화기를 통해서 전달 되는 순간이었다.

"여보세요."
"응 나다.. 미국에 있는 언니. 엄마 있니?"
"응. 언니야. 잘지내고 있지? 잠시만 기다려 봐."
전화를 했더니 여동생이 전화를 받는다.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친정엄마를 연결 시켜주었다. 문제는 노환으로 인해 잘 들리지 않는 어머님이 걱정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와 통화를 할 수 있다는 반가움이 함께 하고 있었다.


"엄마. 나야 나.."
" 오..우리 데보라구나."
"응. 엄마 많이 보고 싶었지."
" 사랑해..우리딸."
"나도 엄마 사랑해."

엄마는 나의 말이 잘 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연신 사랑한다는 말만 반복 하고 계셨다. 그러더니 엄마가 말한다.


"조나단좀 바꿔 봐라."
"응. 잠시만 기둘려."
난데 없이 엄마는 사위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지 외국 사위를 바꿔 달라고 하신다.
"장모님! 안녕하세요."
"그래. 잘 지내고 있었나. 사랑해."
"네. 장모님 저도 사랑해요.!"
"사역하느라 힘들텐데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네..네.."
중략...



남편은 말뜻을 제대로 알아 들은것은 "사랑해요" 라는 말 밖에 없었고, 엄마는 계속해서 한국말로 말을 하고 계셨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남편은 "네네." 를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이런 일방적 엄마의 대화는 10분만에 종료가 되긴 했지만, 남편은 엄마와 대화를 마친후에 말한다.

" 장모님은 여전하시네."
"왜.. ㅋㅋㅋ"
"전에도 그랬잖아. 장모님 혼자서 다 이야기 하시고, 난 옆에서 듣는척 했던거 기억 나?"
"아. 기억 난다. 하와이 있을 때 그랬지.."


남편이 이런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그러닌까 13년전의 이야기이다. 그 당시 첫 아들인 한울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산후조리를 해주기 위해서 하와이를 방문 하셨던 친정 엄마는 외국 사위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런 친정엄마가 생각 해낸것이 바로 엄마 만의 독특한 대화 방식이였다. 즉, 친정엄마는 외국 사위와 대화를 이렇게 하고 있었다.


한국인 장모를 위해서 한국어 공부를 했던 남편이 자랑스러웠다. 그런 그의 한국어 실력이 줄었들었다는 엄마의 불평어린 목소리를 듣자, 그는 또 다시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기로 결심했다.





1. 외국 사위와 대화를 할 때는 바디 랭귀지를 한다. (손짓 발짓을 다한다.)
2. 그림을 그려서 보여준다.(ㅋㅋㅋ 엄마의 그림 솜씨는 멋졌다.)
3. 일방적으로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다 해 버린다. (즉, 알아 듣던 말든 다 해버린다.)
4. 기본적인 영어를 좀 하셨다.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신적이 있었다. 대화를 못하니 답답하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기본적인 영어를 한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국식 영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외국인 남편은 알아 들을 수 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영어 시도는 훌륭했다. 남편은 장모님과 대화 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생각난다.

친정엄마와 전화통화는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전화통화가 끝이나면, 언제나 마음이 한 구석이 시려져 오고 엄마를 볼 수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남편이 그런다.

"자기야. 장모님 미국에 오시도록 비행기표를 사서 보내 드리자."

이런말을 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정말 엄마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오실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마음으로 위로해주는 남편의 그 말이 고맙고 감사한 하루가 되었다. 이제는 80살을 바라 보시는 어머님을 생각 하면 마음은 늘 어머님이 계신 그곳에 있지만, 내 육신은 미국이라는 땅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 얄밉게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더디어 어머님이 미국으로 방문하게 되었지요. 관련글 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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