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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아들이 학교가는 등교 길이 안스럽다.

by Deborah 2009. 12. 15.

"엄마..학교버스 기다리는데 넘 추워요."



우리 막내 아들녀석은 학교가는 날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미국의 초등학교 버스가 7시 10분이면 옵니다. 그러니 한 시간정도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이고 하면 한 시간도 금방 지나 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녀석이 보채듯이 말을 합니다.



아들: 엄마.. 학교 까지 차로 데려다 주면 안돼?

엄마: 그냥 학교 버스 타고 가지..왜.. 누가 못 살게 구니?

아들: 응. 버스를 타면 나보다 나이 많은 형아들이 내가 동양인이고 하닌까 놀리는 소리가 들려.

엄마: 저런.. 마음 고생이 심했구나.. 그래 엄마가 생각해 볼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추위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한 번더 학교 버스에서 그런일이 일어나면 담임 선생님께 말을 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런일은 딱 한 번 일어났었고 그후에는 이런 일들은 일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달이 지난후 겨울이 다가 오고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날 우리 아들이 한마디 한다.


아들: 엄마..학교 까지 차로 데려다 주면 안돼?

엄마: 왜.. 무슨 일이라도 있냐?

아들: 아니..요즘 차를 기다리는데 넘 추워서 그랭. 엄마도 밖에서 버스 기다려 봐. 얼마나 추운지 알꼬얌.

엄마: 넌..엄마가 옛날에 중학교를 자전거로 추운 겨울에도 타고 다닌거 모르지?

아들: -_-;;

엄마: 요녀석. 꾀 부리는거 봐.. 그냥 가..

아들: 정말 춥단 말이야.. 정말 추운데..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학교버스가 온다.



막상 매정하게 이런말로 아들을 학교를 보냈었지만, 마음에 많이 걸렸었다. 그래서 이번에 생각해낸 방법이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대신에 차안에서 같이 학교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아들 녀석의 반응도 볼만했다.




아들: 엄마.. 차안에 있으닌까. 참 심심하다.

엄마: 뭐가 심심해. 엄마하고 이야기 하면 돼징..오늘 학교 가면 뭘 하는데?

아들: 엄만..늘 묻는 질문이잖아. 잼 없어.. ㅜㅜ 나 지금 내릴래..다른 아이들도 다 왔어.

엄마: 춥다면서. 그냥 차안에 있다가 버스가 오면 내려. 알았지?

아들: 엄마 내려줘. 갈래..

아직 날도 다 밝지 않은 시각에 학교 버스는 다닌다.


오늘은 차 안에서 힐터를 켜놓고 버스를 기다렸지만, 아들 녀석은 그것도 시컨둥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다른 아이들이 와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창피했던지..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려고 한다. 잠시 시간이 지나니 버스는 예정했던 시간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추위에 떨면서 학교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은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다. 아들이 버스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 보면서 추운 겨울이라도 건강하게 학교를 다닐수 있는 건강함이 있어 감사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나, 우리 아들녀석은 추운것은 잘 견디지를 못하는지라, 조금만 추워도 어리광을 부려대기가 일수이다.





학교 버스를 타는 뒷 모습을 보니 안스럽기 그지 없다.



아이들의 등교하는 모습이 안스러웠다고 해야하나.. 추운 겨울 날씨에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옛날 몇 십리를 자전거로 통학을 했던 시절이 떠 올랐다. 15살의 나이에 자전거로 몇십리를 다녔지만, 한 겨울의 추위에 손과 발이 다 꽁꽁 얼어 버려서 동상까지 걸렸던 때가 생각난다. 방과후 집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어련히 따스한 아랫목은 나의 차지가 되었고, 할머니는 직접구운 고구마를 내게 주시곤 하셨다.


추운 겨울하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할때 동상까지 걸렸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미련하게 학교를 다녔냐고 하겠지만, 내가 살던 곳은 시골이였고, 그 당시의 교통 사정이 지금처럼 좋아졌던 시절도 아니였고, 버스를 타고 간다는 사실은 좀 사치스런 일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나에겐 부러움을 대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버스로 통학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땐 어찌나 부러웠던지 모르겠다.


나의 이런 어린시절을 아들은 알지도 못할 뿐들어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석기 시대의 이야기를 하느냐는 식으로 들릴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아들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을 아들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미국은 왜 이렇게 아침 일찍 학교 버스가 오는 것일까. 아침 6시부터 학교 등교를 준비해야하는 서글픔도 그렇지만, 문제는 추운날씨에 학교버스를 기다리는 고사리 같은 손이 차갑지 않을지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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