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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눈 오는 날에 생긴 에피소드

by Deborah 200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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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바퀴는 눈 속 깊이 들어가서 빠져나올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다.


우리 딸이 엄마 때문에 유언장을 쓴 사연을 소개할까 합니다.
저녁에 급히 UPS 가게에 들려서 한국으로 소포를 보내러 갔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미끄러져 있었습니다. 결국, 필자의 차는 사진처럼 옥수수밭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고 멈춰 서 있었습니다.

딸을 보고 말했다.
" 어머 어떡하니. 차가 눈 속에 깊이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어쩜 좋지?"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요. 이런 날은 운전하는 게 아니에요." 하하..딸이 엄마를 야단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딸과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반대편 방향으로 가던 차가 멈춰 서 물어본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네. 도와주세요. ㅜㅜ 차가 눈 속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멕시코인 남자로 보이던 이 사람은 나이가 어려보였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그는 외투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세워 내게로 다가왔다. 내 차에다 끈을 연결해서 당기려고 하는데 잘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 또 지나가던 나이가 드신 아저씨 한 분이 도로 옆으로 차를 세우고 우리 있는 쪽으로 오셔서 도움을 주시려고 하셨다.

나이 드신 아저씨가 필자의 차 운전대를 잡고 멕시코인 남자분이 앞으로 차를 당겼다.
노력 끝에 눈 속에 처박혀 있던 차를 도로 쪽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정확히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눈 속에 있는 차를 빼낼 수 있었다.

이렇게 어른들이 눈 속에 있는 차를 빼내는 동안 우리 딸은 유언장을 쓰고 있었다.


유언장 내용을 보면 아트북은 스테파니에게 주고 가진 돈 전부를 달비에게 준다는 말과 함께 옷은 다 Good Will에다 기부를 하고 컴퓨터는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는 유언장이었다.

처음 당해 보는 사태인지라 우리 딸 생각에는 우리는 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나 보다.나중에 딸이 아빠에게 전화했다. 둘이서 대화하는 내용을 들으니 대충 이러했다.
"아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도 못하실걸요. 엄마가 차를 운전하다가 실수로 눈구덩이에 빠졌어요. 그래서 다른 분의 도움으로 눈 속을 빠져나왔어요."
"....."
"너무 무서워서요. 유언장을 작성했어요. 한번 들어 보실래요."
한참 유언장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했나 보다.
컴퓨터는 아빠 소유의 재산이니 네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줄 수 없다고 말한 모양이다.
이 말에 딸이 불끈하면서 한마디 내뱉는다.
"아빠 내 방에 있는 건 다 내 소유가 아니야!"
이렇게 딸과 하루에 있었던 일과 내용을 나누는 남편을 생각하니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었을까.

차를 눈구덩이에 빠트려 놓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필자 앞에 나타난 두 분은 분명히 천사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그랬답니다. "어머나.하나님이 저런 천사도 보내 주시고 얼마나 감사할 일이니?" 이 말에 반전되는 딸의 반응을 보고 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딸이 그럽니다." 엄마..세상에 욕 잘하는 천사 봤어? 저 아저씨 욕쟁이야." 하하하 참나..아저씨도 아무리 힘들어도 욕을 하시면 되나요. 어린 숙녀 앞에서 말이죠. 외국 사람 중에 욕이 생활화되신 분들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남을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자신의 감정 표현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그들을 보면서 좀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눈이 많이 온다.
눈 때문에 피해 보시는 분이 없기를 바라본다. 오늘은 딸 때문에 웃었고 눈 때문에 울고 싶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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