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주는 힘은 놀랍다. 가온과 나린이 어린 시절 사진.
가온이 주사를 맞는다고 하자 나린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잡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아티스트: CCR
노래제목: Bad Moon Rising
리저브 훈련을 간 남편이 하루 앞당겨서 온다. 남편이 없을 때는 보고 싶었는데, 온다고 하니 밥할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된다. ㅎㅎㅎ 이것이 부부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 훈련을 미시시피에서 하는데, 지금 태풍이 미국을 강타할 예정이라는 뉴스 보도에 따라서 하루 앞당겨서 지금으로 다 하산을 시킨 것이다. ㅋㅋㅋ
남편이 출장이나 훈련을 가시면 편안하고 좋긴 한데 없으니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막상 온다고 하니 매일 밥을 해야 할 생각에 끔찍함 마저 든다. ㅋㅋㅋㅋ 하하하 불량주부의 비애가 시작된다. 불량주부를 선언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남편은 아내가 가자 면역 간질환을 앓고 있어 피곤함과 스트레스는 금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아내 대신해서 저녁도 하고 청소도 해주고 했다. 이제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니 예전처럼 해달라고 부탁하기 눈치가 보인다. 팬데믹이 일어나고 집에 방콕만 몇 달째 하는 아내가 밥을 안한다. 그러면 배달 요리를 시켜서 먹거나 직접 슈퍼에 나가서 장을 봐 와서 요리를 한다.
그러다 아내가 선심을 쓰듯이 요리 같은 요리를 만들어 내면 다들 놀라고 만다. 아.. 역시 당신이구나.라는 감탄사 연발을 받음과 동시에 나의 위치적 신분이 상승된다. 즉 요리 방관자에서 요리장으로 승진을 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 하하하 즉 이 말은 매일 요리를 해야 하고 저녁때면 늘 뭐 해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고민에 빠진다. 살아가면서 먹는 것에 대한 고민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본다.
아내가 운영하는 블로거를 가끔씩 검열을 하시는 센스쟁이 남편은 구글의 번역기를 돌려 가면서 무슨 내용의 글을 쓴 것인지 대충 파악을 하신다. 그러면서 어제 올렸던 26주년 결혼기념일 포스팅에 대해서 한 마디 하셨다.
남편: 자기야 어제 포스팅한 거 봤어. 그런데 왜 아폴로가 거기에 나와?
필자: 음.. 왜.. 아폴로도 볼 권리가 있잖아.
남편: 아폴로 그러다 초콜릿 먹으면 안 돼. 그거 잘 관리해. 저번처럼 아폴로 먹게 두지 말고.
필자: 내가 준 게 아니라 아폴로가 귀신 같이 찾아서 먹은 거라니까. ㅠㅠ
남편: 우리 하나밖에 없는 상전님 골로 보내기 전에 초콜릿은 다 먹어서 없애라.
필자: 아직도 남았는데?
남편: 아이들도 좀 주고 하지.
필자: 응 줬어. ㅋㅋㅋ
남편: 초콜릿 아폴로 손이 안 닿는 곳에 숨겨 놔.
필자: 알았다니까.. 잔소리.. 그놈의 잔소리..
남편: ㅎㅎㅎ 응.. 사랑해.. 잘 자.
필자: 이크.. 알았어.. 잘 자요.. 나도 사랑해.
이런 대화 내용을 보시다시피 우리 부부는 절대 싸움을 할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싸우려면 단칼에 방어벽을 세워서 막아 버리는 남편의 센스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남편이 내일 온단다. 어쩌나.. 내일 저녁은 뭘 해 먹지...ㅠㅠㅠ
2004년 남편, 가온이.
안녕..나의 사랑.
하루
당신은 하루 속에 나를 담았다고 했지
나는 하루 속에 당신을 그려 본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
물안개처럼 내 가슴에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