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라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 큰 성인 여자를 걱정한다고 해서 말을 듣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어제는 속이 터지는 일이 있었다. 아라 주변에 친구들은 아라를 호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다 호구가 된 딸을 보면 친구가 원하는 거면 내 돈을 쓰는 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닌 티켓을 사야 하는데 125불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주고 티켓을 끊느냐고 핀잔을 줬더니, 자기 것만 사는 것이 아니라, 구 남자 친구 그리고 우리 딸을 호구로 알고 있는 친구의 티켓트까지 끊어준다고 했나 보다. 그래서 좀 마음이 상해서 아라한테 잔소리를 해버렸다.
아라야. 엄마는 알아. 네가 외롭고 친구도 필요하는걸 말이지. 하지만 친구는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야. 네가 친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사정을 안타까워서 돈을 대주고 하는 건 뭐라 말 못 하겠지만, 엄마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은 널 이용하는 것 같아. 난 네가 좀 약아지고 못때졌으면 좋겠어.
엄마.. 내 친구는 차 보험료 내고 돈이 없다고 해서 이번에 미스터리 극장표를 내가 사준 거야."
그래 그 친구는 그렇다고 치자. 그럼 왜 헤어진 구 남자 친구의 티켓트까지 끊어주는지 궁금하다.
아 그건 내가 그냥 해주기로 했어.
ㅠㅠ 정말 어이상실이라는 단어가 맞는 말인 것 같다. 저번에 부대 안에서 만났던 한국계 여군인 성희 씨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어머니 아라가 너무 착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라를 이용하는 것 같아요."
정말 지금 상황을 지켜보니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라의 친구를 선택해서 만나라고 말할 수 없듯이 이 모든 시행착오를 걸쳐서 옳고 바름을 깨우쳐 줬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말은 다 잔소리로 듣고 있는 아라를 보면서 그냥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만 아파오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 밖에는.
외국인들은 초대를 받지 않으면 그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조금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아라가 정신병원에서 알게 된 여자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분한테 전화번호를 줬더니, 연락이 왔다면서 우리 집을 저녁에 방문하겠다고 문자 메시지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황당했다. 외국인들은 자신이 방문하겠다고 말을 안 한다. 상대가 먼저 오라고 초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난감하게 만든 그 상황을 우리 아폴로님이 종결시켜줬다.
외출하고 집에 오니 아폴로님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놨다. 필자는 집안 정리를 하느라고 바쁘게 움직였고, 아라는 그 친구분에게 연락해서 오늘 방문은 안 되겠다고 거절을 했다.
딸아. 세상은 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마음을 주지 않는단다.
사랑한다.
지독하게 열병을 앓듯이 그렇게 내 모든 세포들이 너의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