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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고마워서 상대한테 대접한 것뿐인데, 화를 내던 남편

by Deborah 2011. 3. 1.

남편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답례로 극장에서 영화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요. 남편 친구 부인은 영화 표를 다 끊었다고 하면서 같이 보러 가자고 합니다. 극장 안에 들어선 우리 부부와 아이들 이렇게 자석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네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발생합니다. 친구의 부인이 말하더군요.

" 내가 집에서 만든 쿠키를 싸 가지고 왔는데, 어떨지 모르지만 , 같이 먹어요."
"아 이런 수고 안 하셔도 되는데요."
"아니에요. 우리가 내는 거니까 간식까지도 준비 했어요."

아이들은 당연히 극장을 왔으니 팝콘을 먹고 싶어 하죠. 팝콘 대신 쿠키를 먹고 있는 아이들보고 남편한테 말했지요.

"자기야 내가 가서 팝콘을 사서 올까?"
"됐어. 괜찮아."
"그래도 팝콘을 두 개 사와서 나누어 먹으면 되지 않나?"

남편은 필자가 보채는 것이 싫었는지 말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해."

극장을 나와서 음료수와 팝콘을 잔뜩 사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친구의 부인한테 팝콘을 건내 주면서 말했지요.

"영화도 구경 시켜주시고 고마워서 팝콘은 제가 냅니다. "
"어머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이렇게 우리 가족은 팝콘도 먹고 영화도 잘 봤다고 생각했어요. 극장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이 노발대발합니다.

"왜 화내는 거야?"
"몰라서 물어?"
"뭘 내가 어쨌는데?"
"영화 티켓을 사고 간식까지 싸들고 왔다는 것은 우리를 대접한다는 의미인데.. 자기는 그거 눈치 못 챘나?"
"그건 나도 알았지."
"그걸 아는 사람이 음료수하고 팝콘을 다시 사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오나?"

정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습니다. 남편은 이것이 문화적인 차이냐고 묻더군요. 하하하. 이 순간 문화적인 차이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좀 그랬습니다. 남편은 상대가 대접을 할 때는 어떤 것을 대접을 하든 간에 감사히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필자는 영화 표를 사준 것이 고마워서 팝콘과 음료수를 대접했던 것이었는데, 외국인 보는 시각은 다른가 봅니다. 우리는 그렇잖아요. 뭔가 상대가 사 주면 상대적으로 뭔가 베풀고 싶고 그에 대해 답례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외국인들은 그렇게 보지 않더군요.

"상대방이 대접하면 당연히 답례로 보답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그게 뭐 잘못되었다고 그래?"
"노노노.. 그런것이 아니지. 당신이 한 행동은 집에서 만든 쿠키를 싸들고 온 분 앞에서 음료수하고 팝콘을 들이 민 거야. 그러면 그분은 어떻게 생각하겠어? 당연히 내가 만든 쿠키가 맛이 없어서 팝콘과 음료수를 산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그래서 당신이 잘못된 거야."
"흠. 어째 그렇게 생각 해?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어쨌든 다음부터 당신 그러면 안 돼. 그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외국친구가 그러더군요. 한국사람은 상대적으로 너무 친절하다고 합니다. 친절하게 자꾸 주는 선물이 너무 부담될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상대가 이렇게 해주면 나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웃에 사는 한국 분의 친절한 배려가 때로는 거북하다는 말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한 행동이 상대를 거북하게 한 행동이 이였군요.


남편은 상대방이 대접을 할 때는 받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고맙다고 무조건 답례로 뭘 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오히려 오해를 사기 마련이고 상대의 대접을 좋아하지 않는 행동으로 본다고 하네요. 정말 외국인을 만나면 작은 것에도 이런 오해를 사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니, 뭐든지 내 생각 대로가 아니라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외국인은 지나치게 친절한 배려는 싫어하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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