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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식중독 걸린 아내에게 내린 남편의 처방전

by Deborah 2010. 11. 6.




음식 식중독에 걸렸다. 먹은 것을 토해내고 또 토해내었다. 그래도 속은 여전히 불난 집처럼 말이 아니었다. 병원을 갈까도 생각했는데, 남편이 안 데려다 준단다. 너무 서운했다. 이럴 때, 남편이 도움을 줘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남편은 아주 쉽게 나의 식중독의 치료법을 제안했다.



"자기 괜찮아?"

"흥. 내가 지금 괜찮아 보여??"

"왜. 병원에 데려다 줄까?"

"응 병원 데려다 줘. 지금 배가 아파서 미치겠다."

"문제는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가봐야 응급실인데. 자기도 알다시피, 나 내일 강의 있잖아. 밤새도록 응급실에 있어야 하는데. 절대 그렇게는 못하지."

"흠.. 마누라가 다 죽어 가는데. 병원을 안 데리고 간다는 게 말이 되나?"

"서운하겠지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뭘?"

"그냥 계속 토해내고 물을 마셔주고 그 수 밖에 없다.먹었던 것을 다 토해내야지."

"정말 돌겠네."



남편이 내려준 처방은 간단했다. 그냥 계속 토해내라는 것이었다. 병원에 가도 별수가 없다는 식의 말을 했다. 오늘 남편이 진행하는 파병된 군인 가족들을 위한 세미나가 있었는데, 식중독 때문에 참석도 못했다. 남편의 일도 일이지만,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닌가 생각하니 서운함이 밀려왔다. 말이라도 병원에 데려가 준다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속으로 생각하니, 꾀심 한 생각도 들었다. 에휴.. 외국 생활하면서 가장 고달픈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플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냥 서럽다고 해야겠지. 나의 반쪽이 하는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남편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식중독 때문에 배가 아픈 것 보다, 내 가슴이 더 아프다는 걸 말이다.



날이 밝으면 물어봐야겠다. 정말 날 사랑하는 게 맞느냐고 말이다. 물론 남편은 사랑한다고 할 것이고, 웃으면서 어제의 사건을 덮어 버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나는 남편에게 져 준다. 부부 싸움에서 져 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남편이 꾀심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야. 나. 뿔 났어. 그러니까. 오늘 건드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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