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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내 이웃집 이야기

by Deborah 2010. 9. 19.

누군가 그랬다. 살다 보면, 여러 곳을 이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것이 나의 터전이 되고 그러면서 하루의 삶으로 연결된다.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는 정이 많이 가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지만, 예전 한국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이야기는 한국인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 흑인 미혼모의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



이웃으로 이사를 온 두 미혼모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누군지도 몰랐었다. 어느 날 아들 한울이가 한 말을 기억한다.


"엄마 옆집에 이사를 왔는데, 이상해."
"뭐가 이상해?"
"응. 이사를 오면 이삿짐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침대 매트리스 몇 개하고 의자 두 개가 전부던데?"
"설마?"
"아니야. 내가 봤다니까. 정말 못사는 사람이 이사를 왔나 봐."



아들은 가난한 사람이 이웃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 가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 막내딸 나린이가 옆집에 이사를 온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린이를 불러서 집안으로 데리고 가는데, 나린이는 막무가내로 울어 댔다. 나린이는 이웃집에 사는 또래 여자아이와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날 이후로 나린이를 이웃집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미혼모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옆집에 살아요. 우리 나린이가 자꾸 여기 와서 따님과 놀고 싶어 해서요. 나린이가 놀러 와도 되죠?"
"아 그럼요. 반갑습니다. 루시라고 해요."
"반가워요. 전 Kay랍니다."
"어디서 오신 거에요"
"뉴욕에서 왔어요."
"어머나. 전 뉴욕에 가 보지 못했는데요. 꼭 가 보고 싶어요."
"뉴욕은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굉장한 곳이죠."
"그럼 뉴욕에 어디서 사셨나요?'
"할렘에서 살았어요"
"아. 말로만 듣던 할렘에서 사셨군요."
"네. 그곳은 밤마다 총소리가 나고, 시끄러운 동네였어요. 여기 오니 평안하니 아주 좋아요. 아주 조용하네요. "



그녀는 루시라고 했고, 미국 뉴욕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것도 뉴욕에서도 아주 위험지대로 속하고 있는 할렘에서 생활했다고 하니,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차도 없다. 그래서 내가 가게 가는 일이 있으면 차로 데려다 주곤 했다. 그녀는 7명의 아이가 있었다. 물론 아이들 아버지도 다 달랐다. 그중에서 막내인 두 딸은 우리 나린이와 아주 잘 놀아 주고 있었다. 



그녀의 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할머니도 있고요. 엄마도 있어요."
"오. 그래?"
"네. 그리고 우리 아빠는 4명이나 되죠."
"아빠가 4명이라고?"
"넵"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나이와 대화를 해서 알아낸 사실이 그녀의 남편이 4명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4명의 남자친구를 아빠라고 부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한 남자로부터 나온 아이들과 함께 사는 미혼모들이 많아. 미국에서 흑인들은 대게 이런 경우는 아주 흔해."
"아 그래서 흑인들이 사회보장혜택을 받아서 그것으로 생계유지를 하는구나."
"응. 내가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으로 신체가 건강함에도 일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지."



미국의 씁쓸한 이면이라고 하면 될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을 주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만, 결국 그 돈이 다 미국에서 열심히 돈 벌어서 자립하신 분들의 돈을 세금으로 낸 것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꿈꾸고 소망하는 그런 이상형의 나라는 없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어느 정도 맞게끔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지만, 미국은 시스템의 적용 남용 때문에 피해를 보는것은 고득층과 중산층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말도 할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이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건데, 그걸로 그러냐고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 사지가 멀쩡하면서도 직장을 다닐 수도 있는 나이임에도 일하기를 거부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 토크쇼에서 전화로 연결된 32살의 남자는 평생 돈을 벌어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의 생활은 다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말미암아서 정부에서 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체가 건강한 32살의 남성은 정부의 돈을 받아서 생활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말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게 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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