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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자식이 부모한테 왜 희생을 요구하는데?

by Deborah 2008. 12. 28.

 


여기는 오후 시간입니다.
오늘은 비도 오고 마음도 그렇네요.
아마도 방금 한국에 연락해서 통화 했던 내용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아픈 것도 감수하고 견디어 낸다는 사실을 압니다.
필자도 자식들이 있어서 그런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본론은 친정어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엄마.. 나야.. 잘 지냈지?"
자다가 일어나셔서 받으신 목소리였지만 명랑한 목소리를 내 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응. 잘 지냈니?'
"네.."

중간 대화내용 중략

"그런데 네 오빠가 간장을 담으라고 하네. 간장으로 장사를 할려나 보다. "네 생각은 어떻니? 괜찮을 것 같아?"
"네.. 간장이 지금 하는 사업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계절을 타는 상품도 아니고 상할 우려도 없는 식품이고 특히나 한국분들 대부분이 간장을 안 먹고 지내시는 분들은 없잖아요."
"그래. 네 말도 들어 보니 맞는 것 같구나."
"엄마.. 간장을 담아 주려고?"
"간장 담을 때 메주 한 장에 얼마 줄 거냐고 네 오빠한테 물어 보니 뭐 2만 원도 안 줄려고 하더구나. 그래서 턱도 없다고 하고 끊어 버렸어. 그런데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더구나. 메주를 적당한 가격을 준다고 하네. 다음 주에 메주 담을 콩을 견본으로 가지고 온다고 했다."

이렇게 전화를 통화하는데, 중간에 동생이 전화기를 낚아채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슨 시츄에이션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그런다.
"언니야.. 엄마보고 지금 간장을 담으라고 하는 거야? 지금  정신이 있어?"
" 엄마가 담는다고 하잖아. 내가 담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네가 웬 열을 내고 난리야?"
"야. 지금 엄마 보고 희생을 요구하는 거네? 그럼 엄마는 희생을 만날 해도 되는 거야?"
"뭐.. 누가 엄마보고 희생하라고 했어..참 그러는 너는 엄마를 희생시킨 적이 없었니?"
이런 식으로 동생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주고받았다.
전화통화를 다시 엄마와 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정말 몸은 괜찮은 거야?"
"간장 담는 건 간단해서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정 힘들면 마을 사람 힘 좋은 사람 하나 쓰지 뭐."
"엄마..엄마가 희생해 가면서 할 필요는 없어. 물론 오빠를 도와 주겠다는 엄마 마음은 알겠어요. 엄마 아프면 어떻게 해. 그러면 아무것도 소용없잖아."
"걱정 마라. 괜찮다나까.. 그래..전화 끊자. 통화료 많이 나오겠다. 사랑한데이.."
"네..엄마 사랑해요."
말이 떨어지는데 동생이 전화기를 받는다. 그 소리를 듣자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동생이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해서 부끄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내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일까.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논도 팔고 밭도 판다. 때로는 시장가에 나가서 나물을 팔아서라도 자식을 공부시키고 그들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필자는 여태껏 그런 부모의 사랑을 당연한 듯이 받아 왔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향상 그렇게 희생하는 것도 당연한 듯이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기에 그렇게 하셔서도 전혀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으신다.
그런 부모님들이 오늘날 우리 부모의 자화상이 아닐까.
엄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무조건 오빠를 도와 주라는 식으로 말을 했으니, 불효녀가  된 셈이다.
세상에 자식이 도움을 청하는데 거절할 부모 없으며 세상에 자식이 잘 살아 보겠다고 하는데 부모가 도움을 거절할 일이 없지 않은가. 그래도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많이 잊고 살아온 세월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슴 깊게 파고들었다. 세월이 흐르면 엄마 마음을 더 헤아릴 줄 알았지만,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온 딸의 전화라고 새벽인데도 전혀 귀찮은 표현 하나 하지 않으시고  전화받아 주시고, 나를 위로 해 주시던 말들 하나둘씩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엄마 미안해. 엄마 마음을 잘 헤아리지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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