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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Substitute Teaching in NC

수학보다 과학을 하세요

by Deborah 2021. 3. 19.

 

다들 타이틀을 보면 아시다시피 무슨 수학과 과학을 이야기할까 하실 겁니다. 사실은요 데보라가 원래는 그래픽 디자인 일을 3년 하다가 그만두고 2년 전부터 미국에서 대체교사를 하고 있어요. 대체 교사하면 가장 큰 고민이 되는 것이 학생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급 대처가 빨라야 하고 황당한 일도 잘 처리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역병으로 인해 데보라도 1년을 실업자 신세를 지게 되었네요. 그러다 올해 미국의 학교가 오픈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전면적으로 다 오픈된 것은 아니에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같이 병행하면서 아이들 인원수를 분산시켜서 가르치는 방법으로 하고 있지요.

 

 

예를 들면 팀 A는 월요일 화요일 학교를 나옵니다. 팀 B는 목요일 금요일나오게 되고요. 수요일은 학생들이 자율적 온라인 구글 클래스 룸을 통해서 배움을 하게 됩니다. 즉 선생과 학생이 다 온라인으로 만나서 공부를 이어 간다는 것이지요. 이런 구조로 대충 이어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첫날 와 봤더니, 과학 교사님 옆에서 보조 일을 하라고 해서 시키는 데로 했지요.

 

이제 둘째 날은 역시 과학 교사님과 같은 반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데 학교 교무실 직원이 보조일을 하고 있던 교실로 나를 찾아 왔더군요. 나가서 이야기를 해보니, 다른 교실에 수업을 맡아 달라는 거였어요. 원래 대체 교사 같은 경우는 유치원,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학교, 고등학교는 그냥 참관인으로 아이들이 사고 치지 않도록 잘 보살피고 선생님의 보조 일을 하는 임무가 다예요.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수학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전화로 받았습니다. 일반 학교가 있는 날 정 출근을 하는 식으로 해서 같은 반을 꾸준히 담당해줄 대체 교사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원래 반에 소속된 선생님이 큰 수술을 하고 난 후, 후유증으로 휴가 신청을 냈던 모양입니다. 그 자리를 대체 교사가 들어가서 아이들을 대신 가르치는 일을 해달라는 거였는데 가보니 다른 분이 이미 하고 계셨어요. 그분은 교서관에 일하시는 분이었는데 가끔가다 학교에서 인원 충당으로 교서관 일을 하는 분을 정규 교사들이 없을 때 땜빵용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나 봅니다.

 

 

그러니 이분은 화가 날만도 하겠지요. 학교 규정도 그렇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하는 일을 지금 내팽겨 치다시피 해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데 시간은 시간대로 많이 잡고 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라면서 불평을 말했어요. 전 그냥 듣고 있었지요. 교무실 직원이 말하기를 그냥 지금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는 선생이 지도하는 것을 이어받아서 해달라는 부탁이었지요. 뭐 별거 있겠냐 싶었어요. 물론 수학은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과학을 가르치라고 하네요.

 

 

중학교 수학 어려운 것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봤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니고 과학을 가르치라고 하니 하늘에 날벼락같았어요. 지금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 그분께 말했어요.

 

 

"사실 대학교 전공이 미술이라서 이런 쪽은 몰라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이 앞서네요. ㅠㅠ"

 

 

이 말을 하지를 말았어야 했어요. 알고 보니 이분은 저의 동양적 억양이 있고, 잘 할수 있을지 하는 의문을 갖고 있는데다 이런 말을 했으니 아주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온라인에 올려놓은 숙제들 알아서 문제 풀고 하는 것 도와주시고 조용히 수업할 수 있도록 인도하면 돼요."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바에 왜 아이들은 학교까지 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때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선생님이 역병 통계를 아이들한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더군요.

 

 

헉. 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아이들한테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가? 아니면 겁을 주려는 건가? 왜 아이들 한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역병으로 인해서 죽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도 역병 환자가 늘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데, 아차 싶었어요. 전 도저히 이 선생이 시키는 데로 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질문 있어요. 저기.. 이런 것 꼭 해야 하나요?"

"아. 하기사 이거 다 제가 자료 찾아서 정리한 것인데 아마도 하시기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안 해도 되는 거죠?"

이 말을 하니 선생님은 저를 보시더니 인상이 약간 찌푸려 들었어요. 그리고 말하시네요.

"뭐 정 그러시다면야 안 하셔도 돼요. 아이들 한테 경각심을 불어 주기 위해서 한 거니까요."

 

 

아구나 경각심 두 번 났다가는 아이들 학교 오는 것도 무서워 오지도 못하겠다.라고 혼잣말이 머리에 머물었지요. 아이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학습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올바른 교육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될까요? 그냥 대체 교사로만 옆에서 현지 선생님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다였던 때와 이제는 직접 가르쳐야 하는 시기가 왔어요. 고민이 안 된다면 이상 한 것이 아닐까요? 처음은 힘들고 서툴러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가끔가다 하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 말 못 알아듣겠어요. 발음이 이상해요."

그럴 때 전 이렇게 말해요.

"응 그래. 선생님은 한국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와서 영어를 배웠단다. 그러니 영어 발음이 완벽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 혹시나 못 알아들으면 말해주렴 다시 이야기를 해줄 테니."

 

오늘도 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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