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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내가 아는 그 사람의 모습

by Deborah 2020. 8. 22.

 

 

제목: 비속에서 춤추다 (2015년 작품) 대학교 졸업 전시회 때, 학장님이 200불을 주고 그림을 사셨다.

 

 

 

 

 

아티스트: Nightwish

제목: Walking in the Aire

 

 

 

 

처음 사돈을 본 것은 2018년 늦가을이었다. 그는 마치 산적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그 당시 다른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딱 맞는 이미지가 산적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내게 말했다.

 

사돈: 안녕하세요. 처음인데 통성명은 해야지요.

필자: 네.. 

사돈: 서린이 아빠 되는 사람입니다.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필자: 아. 그래요. 전 한울이 엄마 되고요. 이름은 그 유명한 바이올린리스트 정경화입니다. ㅋㅋㅋ

 

사돈: 어.. 정경화? 그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데요. 제가 사느라 바빠서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아 그런데 옆에 예쁜 아가씨는 따님인가요?

 

필자: 네 우리 큰딸 아라예요.

사돈: 와 아라 씨 정말 예쁘다. 

필자: ㅎㅎㅎㅎ 네..

 

이렇게 서로 통성명을 나누었다. 그런 사돈과의 첫 만남이 불편함보다는 산적 치고는 너무 덜렁대는 이미지 었다. 하하 한국에 있는 동안 우리가 있을 곳을 알아 봐 주시고  찜질방도 연결시켜서 그곳에 매니저로 계시는 분과 그 당시 사돈은 썸을  타고 있었다. (참고로 사돈은 이혼을 했다) 매니저님을 보니 중국 교포였는데, 아주 친절함이 몸에 베여 있는 분 같았다. 산적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중국 아가씨 었다. 하하.. 전에도 이미 말했듯이 필자는 얼빠이다. 그러니 사돈의 외모가 주는 부담감이 전혀 없어서 참 편안하게 한국에서 3일을 보호 관찰을 받으면서 찜질방 체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저녁인가.. 사돈이 찾아왔다.

 

사돈: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나요?

필자: 괜찮은데요.

사돈: 아니에요. 제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가지고 올게요.

 

사돈이 먹을 것을 사러 간지 1시간이 지나자 잔뜩 사들고 들어 오셨다. 

 

필자: 이걸 다 먹으라고요?

사돈: 아니 저기 아라 씨 먹으라고요.

필자: 하하하 아... 난.. 또 저 먹으라고 주신 줄 알고.

사돈: 농담이에요. 물론 같이 드셔야죠.

필자: 둘이 먹기에 너무 양이 많아요.

사돈: 그냥 드실 수 있을 때까지 드세요.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환대받은 기분은 처음이었다. 양념 통닭에다 떡볶이 그리고 순대, 빵, 케이크 뭐 말로 하면 입이 아플 정도의 음식이 대방출되어 우리가 있는 찜질방 개인실을 가득 채웠다. 결국은 조금 먹고 말았던 음식들이었고 나머지는 다 사돈을 줘야 했다.

 

마지막으로 사돈은 아라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한다.

 

사돈: 아라 양. 우리 서린이 잘 좀 부탁해요. 큰 시누 노릇 말고 그냥 친구로 잘 좀 대해줘요.

사돈은 한국말을 하시고 필자는 순식간에 통역사가 되었다.

 

그렇게 뇌물용 선물을 줬는데 18K 금으로 된 귀걸이 었다. 장미꽃이 새겨진 예쁜 귀걸이로 기억한다. 마지막 날 사돈을 봤을 때, 공항까지 데려다주신다고 오셨다. 그런데 공항을 가는 길을 잘 몰라서 헤매다 마침내 도착했던 인천 국제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것이 필자가 기억했던 산적 같았던 모습으로 각인된 사돈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사돈의 여동생 그러니 우리 며느리의 고모가 보여준 사돈의 모습은 달랐다. 산적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순한 양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겨우 2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서로 웃으면서 낄낄 대는데 며느리가 고등학교 졸업식 때 아빠의 출현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힌 잊지 못할 사건을 들려줬다. 참고로 사돈은 특전사 출신으로 그 당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시고 키도 훤칠하게 크시고 그런 데다가 강패 집단의 두목 같은 인상이었다. 딸아이 졸업식날 양복을 입고 와서 다들 어느 파의 두목이라도 왔는 줄 알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경비 아저씨는 학교 입구에서 못 들어오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상황이 어떤지 대충 분위기를 보니 이러했다고 한다.

 

 

경비아저씨: 여기 어디라고 들어오시는 겁니까.. 다른 데 가 보세요.

사돈:....

경비아저씨: 경찰 부를 겁니다.

사돈: 경찰을 왜 부럽니까. 내가 여기 못 올 곳이라도 왔나요?

 

경비아저씨는 지레 겁을 먹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하하하.. 딸의 졸업식에 참여하러 왔다는 차초지종(自初至終)을 설명했다. 

 

경비아저씨: 진작 말하시지.. 아 그럼 당연히 들어가 보세요. 

사돈: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경찰을 부르셨잖아요.

경비아저씨: 미안했습니다.

사돈: 괜찮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정문을 통과했고, 이제는 딸이 있는 교실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걸어오시는 사돈을 먼저 발견한 같은 반 친구가 한마디 했다.

 

친구: 야.. 서린아.. 저기 있잖아 애들이 그러는데 어느 강패 출신인 사람이 학교에 와서 경찰이 오고 그랬데. 저기 온다.

 

며느리: 뭐..? 누구??? 하하..

 

며느리가 눈을 들어 보니 그건 아빠였다. 앗..

 

며느리: 야.. 저기 오시는 분 우리 아빠야.

친구: 뭐? 하하하 어머나.. 미안.

며느리: 너 아까 뭐.. 강패? 두목??

친구: 야 야.. 미안. 너무 멋져서 그랬잖아.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 사실을 몰랐던 사돈은 위풍당당하게 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ㅎㅎㅎ이런 화려한 일화를 장식하신 사돈의 모습을 그려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며느리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아빠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듣는데 웃음이 나오는 것을 주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 배꼽 잡고 웃었다. 깔깔깔...

 

 

혼자 생각하게 된 사돈의 이미지의 결론은 이러했다. 사돈은... 그러고도 남을 외모의  갑을 지니고 있었구나. ㅋㅋㅋㅋ 하하 하

 

 

 

Fin

 

 

 

차초지종(自初至終) :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

 

위의 글은 각색이 아니며,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임을 알리며 본문에 사용된 이름은 실명이 아님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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