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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새해에 일어난 황당한 일

by Deborah 2008.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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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도 왔다. 혼자서 치우기는 어려워.



오늘은 그냥 평범한 하루일 뿐입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폭설이 내려서 그 많은 눈을 치워야 한다는 것이죠.
저의 집에 두 머슴이 지금 나가서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저는 집안에서 따스한 보리차 물을 준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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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관한 추억이라고 한다면 아주 웃지 못할 해프닝이 우리 가족에게는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생전에 불교에 많이 심취해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우리 오빠와 어머님은
 명절날 선언을 하게 됩니다.


" 당신이 이제부터 제사상하고 준비도 다 하세요.  이제부터 안할꺼닌까 혼자서 알아서 하슈.."

어머님의 통보와도 같은 말이 내려치자 그 순간 아버님은 벼락을 맞은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그 후로 혼자서 제사상을 차리고 혼자서 조상에 대한 예의를 충실히 해 왔다. 그것이 아버지께서는  조상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셨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한 설날이 다가왔다. 이날도 역시 아버님 혼자서 설날 제사상도 다 준비 하셨다. 거기까지는 다 좋았는데.. 아버님이 제사상을 머리맡에 두고 조상에 대한 예의를 큰절하시면서 하고 계셨다. 그런 중에 바로 방아래 위치에 자리를 잡은 오빠와 엄마는 그 틈을 타서 찬송가를 불렀다.
그러니 얼마나 황당하지 않았겠는가.. 아버지는 도저히 참지를 못해서 조상에 대한 예의를 다 갖춘 후에
오빠와 엄마 보는 앞에서 제사상을 뒤집어 엎어 버렸다.
역시 더프한 아버지만이 그렇게 하실 수 있었던 사건으로 그날 이후로 오빠와 엄마는 아버지께
종교를 개종하라는 말도 입 밖에 꺼내지 아니 하셨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몇십 번이고 미신 같은 불교는 믿지 말고 기독교를 믿으라고 말을 하셨을 터인데 그냥 잠자코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버님은 감기 몸살에 걸리셨는데 연세가 높다 보니 그 길로 병상에서 6개월간 누워서 계시다 떠나기 직전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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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동안 치운 눈의 양이 많기도 하다.



웃지 못할 사건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설날 하면 이 장면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당시 아버지 존재에 대한 강한 의식을 보여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가진 종교 때문에 벌어지는
새해의 아침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 믿는 집안의 새댁은 절대 제사상 앞에서 절을 하지 않는 것이 시댁 식구들 앞에서는 좋은 현상으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고집하는 며느리가 얄밉게 보일 것이다.
반대의 현상으로 기독교 집안에 불교 믿는 며느리가 들어와서 부모님 기일 날은 꼬박 챙겨서 친정으로
간다고 한다면 그 또한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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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치운 후에 먹는 블라우니는 더 맛있겠죠?




매년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겪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믿음은 그 바라는 것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했듯이
믿음이 있는 행함은 보기 좋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서 상대가 불편해 하고 어려워한다면 한 발짝 물러선 상태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모든 것이 흑과 백이 있듯이 종교도 흑백의 진리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많이 헷갈리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상황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눈 풍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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