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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조카의 미국생활기(1)

by Deborah 2019. 6. 13.

한국에서 소포가 왔다.  알고 보니  스마트폰을 친정언니가 보내왔다. 조카님이 전화기를  며칠 전에   분실하셨다.  그래서 새로 하나 장만해서  보낸 것이었다.  



25년의 세월을 이곳에서 살면서 조현병이라는 의학 용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고 무엇인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병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카님을 통해서 알게 된 위의 병은 심각할 정도였다. 정신분열 증세로 보면 되는데 이것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이나 사물 등 이상한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상에 있지 않은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어떤지를 대충은 알 것 같았다. 평상시 약을 주면 받아서 잘 먹었는데, 알고 보니 다 먹지 않고 일부는 화장실에 가서 토해내고 어떤 약은 먹지도 않았다. 약 복용의 중요성을 깨닫은 어느 날 일어난 사건을 통해서 증세의 심각성의 신호를 알게 된다.

화장실에 누군가 있다. 무서워서 샤워를 못하겠다. 같이 위층에 올라서가 확인해 본 결과는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그 보이는 형태의 사물은 조카 눈에만 보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올 때 조현병의 판명을 받고 완치되었다고 말은 했지만, 환경적 변화로 인해서 그 병세가 악화되는 현상을 보게 되었다. 남편님께 조카님이 약을 먹지도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화를 내면서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보겠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내가 통역을 하고 남편님은 영어로 줄곧 말을 하셨다.

우리집에 있으려면 지켜야 하는 룰이 있어. 첫째 학교를 가야한다. 둘째 학교갈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세째 약을 먹어야한다. 거짓말 해서는 안된다. 넷째 꼭 네 방의 침대에서 자야한다. 거실의 쇼파에서 자는것은 용납이 안된다. 다섯째 학교의 과제물 숙제를 꼭 해야한다.

통역을 조카에게 해주었더니 아주 간단한 반응이 왔다.

넵.

정말 알아 들었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알았으니 잔소리 그만 하라는 뜻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이렇게 이야기를 끝을 맺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남편님께 한마디 해버렸다.

자기는 꼭 아이를 다그치듯이 해야겠어. 지금은 약도 잘 먹지 않고 해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일텐데.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래도 너무 심한거 아니야?

그럼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지금 성인 대접하듯이 했더니 하나도 되는 것이 없잖아. 나이는 많지만 정신적인 연령은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상태인데 이럴 땐 일일이 알려줘야 되는 거잖아.

남편님은 성인 대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카님이 하는 행동이 중학생 수준이라는 식으로 말을 하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훈계를 하듯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휴... 그래도.. 그렇지.. 난 속으로 그랬다. 그래도 마음은 아프다. 앞으로 미국 생활을 어떻게 적응을 해낼 것인지. 잘 극복했으면 하는데. 조카님에게는  하루가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기분일지도 모를 텐데. 그 마음을 이해를 하지를 못하니 그것 또한 힘들게 다가온다.

남편이 아침에 조카님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오늘의 글의 마침표를 찍는다.

남편님: 나이가 어떻게 되지?

조카님: 27살요

남편님: 27살이면 성인이야. 성인은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해야 하는 거라고. 하지만 네 스스로 하지를 못하니까. 앞으로 내가 성인남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조카님: 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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