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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한국의 호칭이 어렵다고 말하는 남편

by Deborah 2011. 7. 20.




한국을 방문한 첫날은 작은아버지를 만나 뵙게 되었다. 작은아버지의 아들과 며느리도 같이 참석하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간 곳이 불고깃집이었다.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생각났던 것이 호칭에 관련된 문제였다.

"자기야..사촌의 부인을 어떻게 불러야 해?"
"자기가 물어봐."

남편은 사촌의 부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으로 사촌의 부인께 물어보라고 말했다.  당연히 말이 안 통하니, 내가 통역을 해야 했었다.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묻는데요?"
"처남댁이라고 부르라고 해요."

처남댁 이로 부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직접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처나댁..."
"아니..그게 아니고..처남댁이"
"하하 댁이 발음이 확실하게 하겠는데..앞에껀 발음이 힘들다."

남편은 연거푸 연습하더니, 발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왜 호칭이 이렇게 어렵느냐고 투정을 부린다. 지금도 남편은 앞의 처남은 발음을 못 하고 있다. 뒤의 댁이 만 기억하고 있었던 남편은 호칭이 많은 것은 서로 간에 존중과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의 전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냥 발음이 안 되면 댁이라고 부르라고 해요."
"하하하 그냥 댁으로 불러요?"
"아가씨 그럼 어쩌겠어요. 발음 안 되는 걸 억지로 시키는 건 고문이잖아요."
 
처남댁이 발음이 안 되는 관계상 댁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에게 댁은 아주 가까운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도 남편이 처가댁의 호칭 중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장모님이라는 것이다.  친정어머님을 만나 뵈었을 때, 장모님이라고 깍듯이 말을 해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을까. 친정어머니는 외국 사위가 정확한 발음으로 말해주는 장모님이라는 단어가 참 좋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남편에게는 고문처럼 여겨진 호칭을 부르는 시간이었을지는 몰라도 그 깊은 호칭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주고 따라와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시간이 지나고 오래되어도 우리의 변하지 않는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사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우리의 전통중의 하나가 호칭에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존중해주는 마음이 함께한다면, 존칭을 쓰는 의미도 각별하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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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http://eczone.tistory.com/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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