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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이름에 얽힌 최대의 찬사

by Deborah 2011. 2. 20.

외국생활하다 보면, 많이 느끼는 것은 이름에 대해서 얽힌 사연들입니다. 원래 한국 고유이름을 사용하다 보니, 외국인이 발음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요. 어느 날 친구가 물어보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지요.

"동양에는 이름을 지으면 뜻이 있다고 들었는데, 네 이름의 뜻은 뭐야?"
"응 우리 아버지께서 내 이름을 지었는데 말이야. 사연이 좀 있다."
"무슨 사연인데 그래?"
"응 내가 태어났을 때, 무슨 이름으로 지을까 고민을 하셨나 봐. 그런 와중에 우리 집 앞마당에 눈이 부신 햇살을 맞고 피어난 예쁜 동백꽃이 눈에 들어오셨나 보더라고. 그래서 이름을 꽃과 연결하다 보니 탄생한 것이 볕 "경(景)"자 에다  꽃 "화(花)"자를 넣어서 지은 거야."
 "와.. 그럼 꽃을 보는 거네? 널 보면 꽃을 보는 것 같아."
"너 농담하지?"
"하하하"

친구는 필자의 이름을 이렇게 해석해주었네요. 외국 친구로부터 받았던 최대의 찬사가 바로 너를 보면 꽃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빈말이라 할지라도, 여성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꽃에다 비유해주는 것을 좋아하지요. 이런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인지, 예쁜 이름을 지어 주셨던 아버지가 문득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반면, 필자의 성에 대한 이야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족보를 따지는 명문 집안도 있지만, 대게가 성을 이름을 쓸 때, 마지막에 쓰게 됩니다. 남편의 고조할아버지께서 프랑스에서 이민을 미국으로 오셨나 봅니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인의 핏줄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지요. 외국인이 이름을 부르기도 어려운 프랑스 성을 가지고 태어난 남편입니다. 공식행사 때나, 아니면 아이들이 행사 때 참여하면, 학교에서도 이름을 부를 때, 힘들어 합니다. 남편이 큰아들 합창대회에 따라 갔었지요. 그곳에서도 제대로 성을 발음을 못 했나 봅니다.

"정말 웃기지 못할 일이 벌어졌지 뭐야."
'뭔데 그래?"
"응 아들 녀석 이름을 부르는데, 성을 제대로 발음을 못하는 거야. 철자도 틀리게 올려놓았더라고. (Bouriaque)보약큐라고 발음을 했지 뭐니."
"하하하 보약 큐가 뭐야? 정말 웃긴다."
"응 이름이 그렇게 고문당하는 것이 하루 이틀이냐."

남편은 주변 사람들이 남편의 성을 제대로 발음 못 해서 생긴 일화가 많다고 했지요. 너무 많이 겪다 보니, 이제는 면역력이 길러질 법도 한데요. 그래도 여전히 성을 제대로 불러 주지 못하니, 웃긴 일화로 많이 남게 됩니다.

남편이 아버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최대의 찬사를 얻게 되었지요.

"자네 성이 뭔가?"
"보약인데요."
"하하하..뭐..보약이라.."
"얘야.. 넌 이제부터 보약 지을 필요 없다. 네 남편이 이제부터 보약이 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지혜로우셨던 아버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남편의 성이 한국식으로 발음하면 보약이 되니 필자를 향해 보약은 먹을 필요 없고 남편이 일생의 보약으로 알고 살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외국인과 결혼을 결사 반대하셨던 우리 아버지께서는 남편의 얼굴을 보시고, 성을 물어보시더니, 우리 결혼 생활에 최대의 찬사의 말을 전해준 것 같습니다. 아직도 남편이 무릎을 꿇고 아버님을 찾아뵙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그 당시 아버님께서는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던 딸에게 전해준 최대의 찬사를 아낌없이 말해주셨고, 지금도 내 일생의 보약이 되신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아버님의 멋진 찬사가 담긴 보약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서 일까요?



우리 아버님은 남편의 성을 보약이라고 말했고, 친구는 나의 이름을 꽃으로 해석해서 불러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 있는 말을 해주고 이름을 지어 주셨던 아버지의 깊은 뜻을 조금은 알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외국에 살면서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름의 뜻은 무엇입니까? 주변인은 어떻게 이름을 해석하고 봐주고 있나요? 



이름의 소중함과 더불어 남편과 결혼할 때, 따라가는 성에 대한 깊은 의미를 전해주신 아버님..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시죠? 저 지금 잘 살고 있어요. 아버지가 걱정 많이 하시던 그런 결혼 생활이었지만,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모습 다 보여 드리지 못하고 보내 드린 것이 못내 아쉽군요. 아버지 그곳은 어때요? 춥지 않나요?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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