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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우등생이 된 것이 싫다는 딸.

by Deborah 2011. 2. 4.

올해 들어서 우리 큰딸 아라가 학교에서 우등생이 되었어요. 그래서 우등생들만 축하하는 자리를 학교에서 만들었지요. 학교에 초대를 받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아라 참 잘했다. 너무 자랑스러운걸."
"엄마. 난 우등생이 된 것이 하나도 안 기쁜걸요."
"왜..무슨 이유라도 있니?"
"생각해보세요. 우등생이 되었으니, 이제 엄마, 아빠는 내가 당연히 우등생이 될 거라고 믿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만약에 성적이 안 올라서 우등생이 못 되면 실망 하실 거잖아요."
"아니야. 지금 네가 잘해서 칭찬해주고 싶고,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마. 알았지?"
"네."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복잡한 심경이 있었던 거였습니다. 왜 딸이 우등생이 싫다고 말했는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알려질까봐..두려워요..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우등생까지 타이틀을 주면, 아무래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축에 못 든다는 거죠. 딸은 고등학교 친구를 사귀어도 꼭 한 명만 사궈었네요. 아무래도 새로 이사를 오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 면도 있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아이들이 친하게 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죠. 학교에서도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하고, 부모 말도 잘 들으면 부모로서는 백점 만점의 딸이 되겠지만, 딸의 처지로서는 친구한테도 인정받고 싶고,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혹시나,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고 따 돌림을 당하지 않을지도 의문스럽기도 하네요. 아직 그런 일은 없다고 하니, 나름 안심이긴 합니다.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부모가 거는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이상적인 바람과 더불어 갖는 꿈들이 있지요. 아이들도 그런 것을 알고 있답니다. 특히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아이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것이 크게 작용하게 됩니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해내기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닥칠까 봐 벌써 부터 염려하고 두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딸은 그런 것 같았어요. 그래서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면서 격려의 말을 전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가 원한다고 해서 꼭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기를 바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여겨지네요. 아이들의 꿈이 있고 그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우등생이 되었으니, 당연히 다음에도...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아닐까 하네요. 우리 딸도 그런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늘 남한테 뒤지는 걸 싫어하는 아이인지라, 공부 면에서도 월등히 뛰어나서 우등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나름대로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력도 해야 하고 부담이 많다는 거죠.


우등생보다는 차라리 평범하게 중간 성적을 냈으면...

처음 우등생이라는 타이틀을 학교에서 전해 들었을 때, 우리 부부의 반응은 기쁨이었고 환호를 질렀죠. 와..우리 딸 정말 자랑스럽다. "이제 우리 딸이 우등생이 되어서 엄마도 학교에 초대받아서 가는 구나." 라고 말이죠. 하지만, 딸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엄마. 난 그냥 학교 성적도 중간 성적을 내고 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말을 하는 딸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튄다는 의미를 말했고, 또한 우등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신이 받아야 할 그런 나쁜 일들도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부모 처지에서는 자식이 우등생이면, 기쁨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해야 하고 하니, 우등생보다는 그냥 평범한 중간으로 생활하는 것이 도움된다는 식으로 말했네요. 학교생활이 예전하고 달라서 지금은 왕따라는 그런 문화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없어져야 하지만, 유독 공부 잘하고 그런 아이들에게 왕따라는 놀림도 잘 따른다는 이야기도 들었네요. 뭐,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학교생활도 아이가 하기 나름이겠지요.



글을 마치며.

딸의 고민은 지금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우리 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친구도 많이 사귀고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답니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잘 사귀고 모든 면에서 만능으로 잘해냈으면 좋겠지만, 다 그렇게 따라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때, 학교생활이 그렇게 쉬운 것 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보면서 매일 기도를 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아무런 일 없이 잘 지내고 오기를 말이죠. 우리 부모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 필요가 있고,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채워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잘 해내야 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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