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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옛 애인을 찾겠다고 하던 남편이야기

by Deborah 2011. 1. 10.
어느 날 남편이 옛날 사진을 스캔하다 옛 애인의 사진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필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을 했습니다.

"자기야.. 내가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을 페이스북으로 검색해서 찾는다면 괜찮겠어?"
"응 괜찮아. 찾아봐."
"질투도 안 하네."
"하하하 아마도 살이 많이 찐 미국 아줌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난 염려는 안 되는데."

막상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남편이 옛 애인을 찾는다는 자체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말은 아주 쿨한 아내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질투를 하고 있었다는 걸 남편은 눈치를 못 채고 있는지. 계속 페이스북 창을 들여다보면서 옛 애인의 이름을 넣고 검색을 합니다. 

"자기야 이리와 봐.'
"왜 그래?"
"응.. 내가 찾는 그 여자는 페이스북에 없다고 나오네."
"하하하 ..그래? 정확히 이름을 적은 거야? 스펠링도 확인을 해봐야지.."
"글세. 그녀가 지금도 결혼을 안 했다면 찾기 쉬울 텐데. 지금은 결혼했나 봐. 아무리 옛날 이름으로 찾아도 안 나오네."

필자는 남편한테 약을 올리듯이 스펠링도 확인하라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남편이 옛 애인을 못 찾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었지요. 미국은 한국하고 달라서 여자가 결혼하게 되면 원래 성을 가질 수도 있고 아니면 남편의 성으로 바꿀 수가 있어요. 아마도 남편이 찾았던 옛 애인도 결혼한 상태인가 봅니다. 다른 성을 사용하고 있으니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올 리가 없지요. 이런 일을 겪고 난 후의 나의 심리 상태를 정리해 봅니다.

사실은 쿨한 척하면서 그렇지 못했던 나.


남편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옛 애인을 찾는다고 했을 때, 사실대로 내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게되었지요. 여자들은 그래요. 질투가 나면서도 질투 안 나는 식으로 행동합니다. 사실은 질투를 많이 하면서 말이죠. 질투하지 않는 여자는 없습니다. 남자의 옛 애인을 찾는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질투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지요.

옛 애인이 못 생긴 여자였기를 바라는 마음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결혼하던 안 하던 남자의 다른 여자는 경쟁의 대상일 수밖에 없지요. 지금 곁에 있다 할지라도, 옛 애인이었던 여자가 당장 눈앞에 나타난다면 경쟁의 대상으로 변하고 맙니다. 나보다 못생기고, 나보다 더 살이 찐 여자로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죠. 그래서 내 남자가 나를 최고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요.

그 여자를 진짜 찾으면 어떡하나?

사실 온라인을 통해서 옛 애인을 찾는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할 수도 있지요.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염려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입니다. 남편이 제발 찾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미 찾는다고 하고 필자는 그렇게 하라고 까지 했으니,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거죠. 하지만, 잘 된 것은 그렇게 찾고 싶어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를 찾지 못했을 때, 통쾌한 기분


남편이 찾던 옛 애인을 못 찾았을 때 기분은 날아 갈듯이 기뻤습니다. 물론 남편 앞에서는 태연하게 행동을 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하하.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여성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요. 남편이 애인을 안 찾기를 바랐던 기대치가 절정에 달했을 때,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말은.."그래 그 여자 페이스북에 없더라." 하하하. 이 말을 하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먼저 동의를 구했던 남편의 배려

필자의 남편은 아내한테 먼저 동의를 구하고 난 다음 옛 애인을 사이트를 통해서 찾았습니다. 이런 행동을 해준 남편이 고마웠습니다. 적어도 저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어떤 분은 화를 내실수도 있겠지요. 남편이 옛 애인을 찾는다는 자체가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이죠. 적어도 필자에게 말을 하고 한 행동이라서 반감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요.

남편을 믿어 주지 못했던 마음


한편으로는 남편을 100퍼센트 믿어 주지 못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속으로 겁이 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다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떡하나 하는 상상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냥 시도로 끝이 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요. 하지만, 남편에 대한 나의 신뢰와 믿음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남편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냥 부질없는 마음의 외침에만 집중을 했던 못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었지요.


글을 맺으면서
누구나 다 로맨스를 꿈꿉니다. 사람은 로맨스를 꿈꾸고 사랑을 하고 싶어합니다. 모든 사람의 로망이자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이는 세기를 떠들썩하게 하는 연애 이야기로 세인들 가슴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 주인공이 나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또, 사라진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옛 추억 속에 갇혀 있는 그녀의 모습이 현실에서 어떻게 비칠까에 대한 궁금증 있습니다. 그래서 옛 애인을 찾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실과 추억은 제각기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지금 현재의 사랑을 잘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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