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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 America

추석날 생긴 황당한 이야기

by Deborah 2010. 9. 21.

미국에서 추석이라는 의미를 상실한 지가 16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늘 명절 때가 되면 고국이 그립고, 혼자만 외톨이가 된 양 많이 외롭습니다. 올해도 역시 명절증후군과도 비슷한 그런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문득 명절 하니, 한국에 있었을 당시에 겪었던 추석날에 관련된 일화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지금은 하늘나라 계신 아버님께서 벌이신 사건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군요.



저희 집안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식구가 크리스천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만 외톨이가 되고는 하지요. 특히 명절 때는 조상님을 열심히 섬기는 아버님은 묵묵히 조상에 관한 예를 차리고 있었어요. 여느 때와 비슷한 그런 풍경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색달랐습니다. 어머님께서 이제는 제사 음식을 만들지 않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제부터 당신 조상님께 드리는 제사 음식은 당신이 알아서 장만 하구려."



이런 통보와도 같은 경고장을 감히 하늘 같은 아버지께 말씀하셨지요. 아버님은 혼자 속으로 꾀심 하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래도 아무런 말 하지 않고 꼭 참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추석 그날이 되자, 아버님 혼자만 분주하게 바쁘셨지요. 제사 음식을 상에 차리는 일을 혼자서 하려고 하니 손이 가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빠와 어머님은 아버지 보는 앞에서 기도와 찬송을 부르고 있었지요. 이런 광경을 목격한 아버님께서내린 결정은 아주 놀라웠어요. 제사상을 어머님 보는 앞에다 엎어 버렸습니다. 아버님의 참고 참았던 성격이 폭발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버님은 아버님의 신을 섬기고 하는데, 어머님과 오빠가 방해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제사상이 엎어지자, 오빠와 어머님의 반응은 아무렇지 않는 양 계속하던 성경낭독을 하고 있었지요. 아버님은 더 화가 치밀어서 큰 소리로 호통을 치듯이 말을 했어요.


"네가 예수쟁이라 예수님을 모시고 하는 것도 반대 안 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내가 제사를 지내는데 도움은 주지는 못할망정 초를 치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괘씸하다. 당장 성경책 들고 다른 방에 가서 성경을 읽어. 안 그러면 성경책도 다 찢어 버릴꾸마."




아버님은 한 번 한다면 하는 성격인지라, 성경책을 찢어 버린다는 협박때문에 제사를 지내던 아버지 방해공작은 그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네요. 그러나 이상한점은 그 이후로 아버지의 기력이 쇄신 하신 것인지, 이제는 제사를 집안에서 지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결론은 추석명절이 되면, 기독교를 믿는 집안의 식구들과 팽팽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외에는 다른 신에게 절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즉, 조상님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미신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심리적 불편함도 한몫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신을 섬길 때, 서로에 대해서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다들 자신이 섬기는 신이 오로지 유일신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은 스스로 선택한 믿음이기에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적인 무력의 힘으로 빼앗을 수 없지요. 오랜 삶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 있다면, 사람들의 종교 생활의 자유가 인정이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이 섬기는 신을 섬기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추석과 관련된 에피소드 한둘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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