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성이 무너지다|무너진 권위 위에 세워진 하나님의 은혜
아버지라는 단어는 참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수많은 단어 중에서 ‘아버지’라는 말만큼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나에게 아버지는 따뜻하고 자상한 존재로 기억되지 않는다. 한때 부귀영화를 누리던 큰 성처럼 보였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성을 지키는 완고한 성주와 같은 모습이었다. 가정 안에서 그의 말은 법이었고, 그의 뜻은 곧 세상의 기준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엄격함만 보였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큰소리를 내셨는지, 왜 표현하지 못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안에도 가족을 지키려 했던 아버지만의 사랑 방식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야 알게 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 [아버지라는 이름이 남긴 그리움|뒤늦게 깨달은 아버지의 사랑]
그렇게 견고해 보였던 아버지의 성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성이 무너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여인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는 만족감 속에서 자신의 성을 더욱 굳건하게 지키려 했다. 그러나 그 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균열의 중심에는 어머니와 나의 존재가 있었다.
나는 둘째 딸이라는 이유로 때때로 가족 안에서 ‘검은 양’처럼 취급받았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자신의 방식대로 길들이려고 했고, 어린 마음에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성 안에 갇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중학교 시절, 나는 내가 너무 억울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차가운 성벽 안에서 떨고 있던 딸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만약 그때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나는 마음의 온기를 잃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버지의 견고했던 성벽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단순한 작은 구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시 막으면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틈은 결국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성경 속 여리고 성이 무너졌던 것처럼 아버지의 성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경 속 여리고 성은 인간의 힘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평생 쌓아 올린 고집과 권위도 어느 날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는 어머니의 눈물과 기도가 있었다.
어머니의 기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서도 이어집니다.
→ 「야베스의 기도|고통의 자리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축복」
가정 안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의 지혜로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복잡한 길을 건너듯, 강한 사람이었던 아버지가 오히려 어머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습이 되어 갔다.
돌이켜 보면 두 분의 관계는 참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관계였다.
아버지는 내게 예술적인 감각을 물려주셨다. 어머니는 따뜻한 마음과 지혜로운 생각을 물려주셨다.
한 사람은 나에게 창조적인 눈을 주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주었다.
아버지의 성은 기도의 힘으로 무너졌다
어머니는 둘째 딸을 살리기 위해 교회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 매일 찬송을 부르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단순히 딸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남편의 마음이 변화되기를 함께 기도했다.
어느 명절날, 어머니는 큰아들과 함께 아버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영역에 도전했다. 제사를 준비하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찬송이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은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 성을 돌며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했던 모습과 같았다.
그날 아버지의 성벽은 크게 흔들렸다.
아버지는 결국 제사상을 엎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어머니의 신앙을 인정했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타협점을 찾게 되었다.
아버지는 제사를 내려놓았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신앙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무너진 아버지의 성
아버지는 평생 자신이 믿었던 신이 자신을 마지막까지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 아버지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었다.
삶의 끝자락에서 하나님을 구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6개월이라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는 새로운 믿음 안에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버지의 구원의 이야기를 말할 때 어머니의 기도와 헌신을 함께 이야기한다.
나 역시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아버지는 원망의 대상이었다. 내 삶의 아픔을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아버지는 단순히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 가족을 인도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의 성은 무너졌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 무너진 자리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세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 「야베스의 기도|고통의 자리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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