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꺾어야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짝사랑 썰)
세상의 모든 꽃은 꺾어지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때로는 관상용으로 바라볼 때, 더 아름다운 꽃이 있다.
꽃 다운 20살의 악몽, 한국 남자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전부터 시작된 나의 사랑 이야기는 대충 이러했다.
아주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던 아버지의 과부장적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큰 언니뿐이었다.
언니의 설득력 있고 조리 있는 웅변 솜씨에 아버지는 여러 번 설득당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는 여러 말로 아버지를 설득했고, 나는 언니가 거주하는 대구의 제일 여상이라는 아주 높은 문턱을 넘어야 했다.
필자의 꼴찌 성적으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뭔가를 해야 했고,
시골의 소똥 냄새가 나는 그 지겨운 공간을 탈출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꿈이었다.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 줄 동아줄이 내게 내려왔다.
나는 그 동아줄을 붙잡고 대구에서 언니의 시녀 노릇을 하며 3년 동안 제일 여상을 다녔다.
열심히 공부했다.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특히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향한 도전적 행동이기도 했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 반에서 7등이라는 영광스러운 일도 맞이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놀라 넘어질 일을 만들어 버렸던 그 당시 나의 잠재적 위력에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던 그 시절이었다.
그 당시 대구 제일 여상이라고 하면 손꼽히는 학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남녀 미팅 소식도 종종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나에게 사치일 뿐이었다. 언니의 시녀 노릇을 해야 했었므로 집안 청소 빨래, 밥 등은 모두 내 담당이었다.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언니의 몫이었기에 나의 작은 행동 하나로 시골행 열차를 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시녀 노릇을 하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 졸업을 했고, 실업계 고등학교였기에 취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이 들어가게 된 회사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여기서 내가라는 말이 강조되는 것은 짝사랑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 사람의 첫인상은 마른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고독한 소년 같아 내가 감싸 주고 지켜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자가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데, 나는 그 반대였던 것 같다.
그와 첫 만남은 회사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다. 물론 나도 신입이었다.
그래서 서로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친구도 함께 입사를 했다.
셋이서 자주 이야기도 하고 인사도 나누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의 행동이 절친이 회사에 입사한 후부터 약간 이상해 보였다.
둘이 있는 시간보다 셋이서 이야기하고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도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매 순간이 소중했기에 그 남자가 따라와도 상관이 없었다.
어느 날 문제의 일이 발생했다.
회사에서 신입 사원 회식이 있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은 다른 부서에서 일을 했기에 따로 회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 1시가 넘어도 술에 취한 주임이라는 분은 나를 끝까지 끌고 다녔다.
한 대 주먹으로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람들이 많으니 나의 행동으로 인해 회사에서 잘리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필자: 주임님.. 주임니니님아아앙...(애교를 부르는 목소리로.)
주임: 오.. 왔어. 울 신입. 앙.. 좋아.
필자: 저 집에 가야 해요.
주임: 응, 걱정 마. 내가 바래다줄게.
필자: 지금 몇 시인 줄 아세요?
시계를 거꾸로 쳐다보면 시간이 보이냐, 이 인간아.
그렇게 욕을 해주고 싶었다.
결국 그룹에서 이탈하게 되었고, 그 후 이상한 놈들로부터 나의 순결을 잃어버리는 일생 최대의 사건을 맞이했다.
그 사람들을 신고했어야 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후회가 밀려온다.
여자의 인생을 망쳐 놓은 결과가 되었고, 그 사건 때문에 한국 남자를 불신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단 한 명은 언제나 내 마음속 최고의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수치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내 마음은 오로지 그분만을 향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상냥하게 그의 곁에 가서 말을 걸곤 했던 나의 모습은 초라하고 당당하지 못하게 변해 버렸다.
그 인간들 때문에.
내가 왜 이런 수치심으로 살아야 하나 하며 울고 또 울었던 수많은 날들 속에서 내린 결론은 그 남자였다.
그래서 그분께 연락을 했다.
어차피 내 몸은 이제 쓰레기처럼 엉망이 되어 버렸으니, 그분은 이런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 한 마디는 듣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분은 만남을 갖지 않았고 딱 잘라서 말을 했다.
그 남자: 음.. 알아. 네가 나 좋아하는 거.
필자: 그럴 줄 알았어요.
그 남자:음.. 그래
필자: 왜 나는 안 되는데요? 더러운 여자라서요?
그 남자: 그런 거 아니야. 나 군대가. 해병대 지원했어
필자: 헉. 언제요?
그 남자: 응. 미리 생각했었어.
필자: 알았어요. 절 이런 식으로 거부할 줄은 몰랐네요.
그 남자: 미안해. 건강히 잘 지내. 응..
필자:...
이별의 신호는 늘 곁에 있었지만, 그것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었다.
그가 떠나는 날 친구분이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마음이 아픔을 견디지 못해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나를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시간은 흘렀다.
그가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매일 그를 꿈꾸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사람의 친구가 만나자고 했다.
그 사람 친구: 아, 오셨네요.
필자: 말 놓으세요. 우리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그 사람 친구: 음.. 그럴까?
필자: 응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 친구: 저기.. 나한테 기회 주면 안 될까?
필자: 무슨 기회요?
그 사람 친구: 응.. 사실은 너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어. 나.. 너 많이 좋아해. 아니, 사랑해.
헉..
헉..
헉..
세 번의 숨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쿵쿵 거리는 가슴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나의 이성과 감성의 싸움의 속에서 결국 감성이 승리한다.
필자: 정말?
그 사람 친구: 그럼 우리 오늘 사귀는 거다. 오늘이 1일.
그 사람의 친구는 그 당시 봐도 그 사람보다 훨씬 잘났고, 인물도 출중했으며, 키도 컸고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남자였다.
그런 남성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았다.
세상의 많은 여자들이라면 당연히 기뻐했을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선택이 내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게 될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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