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었다. 그 마음에 응답하지 못한 서운함이 있었고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울었다. 내 몸뚱이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미련한 내 신세에 대한 조용한 비명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빠는 병원 측 간호사의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 주고 혼자만의 시간이 흘렀다. 혼자 있을 때 그 무서운 감정의 부대가 조각난 마음의 틈새로 밀려 들어와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병원 안은 밤의 시간은 긴 어둠의 터늘을 지나 밝은 아침의 햇살이 얼굴에 환하게 미소 하듯이 다가왔다. 아침에 또 무슨 생각을 해야 하지.. 어떻게 그 사람을 마주 할까? 이런 쓸 때 없는 고민을 하는 찰나에 그녀의 오빠가 문을 두드린다.
"야. 퇴원할 준비 하란다. 이제 괜찮데. 약물 소독 깨끗하게 했으니까 앞으로 며칠간 죽 먹을 각오 하고 알았지."
그냥 체면 한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응. 알았어."
짐을 싸는 것을 도와주던 오빠가 갑자기 할 말을 있다는 듯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보면서 말한다.
"너희들 문제없는 거지?"
"무슨 소리야?"
"응 민재한테 어제 연락이 왔는데, 여기 있다는 소리는 안 했어. 혹시나 걱정할 것 같아서."
민재.. 그래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고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양 그렇게 내 옆에 있어 준 사람이다. 그도 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것을. 어떻게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복잡하게 흘러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다만 시간 속에 있던 세 사람의 만남이 이런 운명적 장난을 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여러 생각의 복잡 미묘한 느낌의 중심에서 이성적 판단으로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나 민재랑 헤어졌어. 그러니까 민재 이야기는 그만해주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건넨다.
"그런데 민재는 마치 너랑 여전히 사귀는 것처럼 말하던데. 내가 잘못 들었나?"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애써 오빠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다. 그렇게 대화를 주거나 받거니 하다가 어느새 나머지 짐을 다 싸게 되었다. 오빠는 퇴원 수속을 밟는다고 병실을 나갔고 그녀는 옷을 갈아 입고 얌전히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처럼 무표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잠시 공간의 이동을 하게 되고, 같은 병실 안에 내가 있고 그 옆에는 내 손을 잡고 다정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누구인지 얼굴에 기억이 없다. 그냥 다정하고 따스하고 마치 나를 안다는 듯이 그의 눈 속에 내 마음을 담은 사람이었다. 누구지?
https://deborah.tistory.com/3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