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ids/Hanul

생일을 맞이한 나의 며느리

by Deborah 2019. 12. 26.

필자: "지금 뭐 하세요?"

남편님: "보면 몰라. 요리하잖아."

 

남편님은 크리스마스 아침을 요리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가족을 위해서 오늘 봉사를 하신 거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 아폴로님은 혹시나 바닥에 뭐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유심히 점검을 하고 있었다.

 

아폴로님이 아주 공손히 내게 앉아서 무언의 대화를 요청해 왔다.

너네들은 이런 파이도 먹잖아.

너네들은 이런 디저트도 먹잖아.

너네들은 쿠키도 먹잖아!

 

아폴로님과 상관없이 열심히 요리 삼매경에 빠진 남편님이다.

 

열심히

콧노래도 부르면서 열심히

또 열심히 요리를 했다.

 

이랬던 아폴로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폴로님.. 이거 줄 테니 먹으시오!

정말 이거 실화냐. ㅋㅋㅋ

 

날름 간식을 받아 들고 가시더니 이런 자세로 드시고 있었다.

보지 마. 나 먹는 거 탐하지 마!라고 하는 것 같았다.

 

순간 뒤를 돌아보니 남편님은 여전히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요리도 만들어 내시고 장하다.

이건 만든 건 아니니 패스.

 

이것도 요리를 하셨나? ㅎㅎㅎㅎㅎ

 

앗.. 이건 내가 만든 미역국이닷!

자 여기를 보세요.

찰칵.

우리 가족은 이렇게 모여서 열심히 먹었다.

먹고

또 먹고

계속 먹었다. 하하하

먹는 것이 언제 끝이 나냐고?

 

아직 끝이 아니다.

햄도 자르고

또 자르고 한다.

이렇게 담아서 먹으면 된다.

"요리하느라 수고 많았네요."

"아빠 사랑해요."

오! 오늘의 주인공의 케이크가 빠지면 재미가 없지.

자 이렇게 촛불을 켜고 꺼고 했다.

생일 축하한다.

 

이 케이크 맛이 너무 좋아서 우리 며느님 가지고 가셨다 하하하. 조금 남겨두려고 하긴 했는데, 그냥 다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미역국도 한 냄비를 끊인 것도 다 챙겨줬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네

아폴로님 인사해야지..

 

잘 가. 내년에 보자 ㅋㅋㅋ

내년에 보자고 했는데 약속은 내일 잡았다. 내일 이 동네에서 가장 큰 한국 마트를 다녀 올 생각이다.

 

"아. 우리 아폴로님. 오늘도 무사히 잘 놀다가 자다가 하셨네요. ㅋㅋㅋ"

 

자 어떤가.

이것이 미국의 보통 가정의 성탄절 모습이다. 

 

나의 예쁜 며느리에게

 

아. 오늘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

뭐 하는 것도 없었는데 벌써 생일상도 다 끝났다.

미역국 맛을 보더니 좋다고 했던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단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널 위해  

정성을 다해서 끓인 미역국이었다. 

 

친정엄마가 끓여준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넌 나의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니

늘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긴단다.

 

행복은 그렇단다.

작은 것을 나누고 서로 알아주고 감정을 나누다 보면

사랑의 새로운 싹이 돋아 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가족이라는 정원에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들을 심고 가꾸어 보자꾸나.

 

먼 훗날 세월이 지나도

그 나무와 꽃들이 우리들 곁에서 늘 반겨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사랑해. 그리고 늘  감사하단다.

우리 아들을 사랑해줘서 고맙단다.

 

 

너의 생일을 기념하면서.

2019년 12월 25일 오후 3시 50분

 

 

생일 축하노래 부르기 실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