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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Writing Story/The Real Stories

미국 배심원 소환장을 받았어요.

by Deborah 2022. 4. 22.

하늘은 화창하게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이 그렇게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 하늘과 달리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이유는 한 달 전에 우편으로 배심원 소환장을 받았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한다. 개인적 스케줄 다 취소하고 미국 국가의 부름을 받아 법원의 배심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범죄자의 죄목에 따라서 법적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처음 법원 건물을 들어섰을 때는 철저하게 보안 시스템이 되어 있어 가방을 다 확인한 후에 법원 안을 출입하게 되었다. 경찰도 많이 있었고 대충 조용한 분위기에 자기들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70명의 미래 배심원 자격이 주어줄 분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배심원으로 뽑힐 분은 16명이다. 그러니 이것도 경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70대 16으로 누가 법정의 배심원으로 뽑히는 영광일지 아닐지 그 사람이 판단하겠지만, 일단 그런 일에 관여하기가 싫었다.

우선 도착하면 미래의 배심원들이 모여서 미리 자기소개서 비슷한 것을 작성한다. 그 소개서 안의 내용을 대충 보면 이러하다. 텔레비전 어떤 방송을 보느냐? 취미는 뭐냐? 혹시 가족 중에 누가 감옥에 간 사람은 없느냐? 아니면 정부에 법과 관련된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느냐? 등등이 질문지에 적혀 있었다. 그것을 다 작성한 후에 미래 배심원들은 3층 건물로 이동한다. 그곳은 현재 이루어질 재판에 관련된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 등이 있었다.

판사가 한참을 설명을 하고 어떤 종류의 사건인지 설명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알고 보니, 14살 여학생이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적 고문을 당했던 사건으로 검사 측에서 고소를 한 사건이 되었다. 범죄자는 4차례의 성폭행을 14살 여학생에게 가했다는 피해자 측의 증인을 듣고 검사는 이번에 제대로 범죄자를 감옥으로 보내려 했다.

판사님은 "혹시 자신이 이곳에 불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니, 한국 사람인 할아버지가 영어를 잘 못한다면서 자신은 배심원 선택에서 제외를 시켜 달라고 했다. ㅋㅋㅋ 그랬더니, 판사님은 "지금 말 잘하고 계신데요? 혹시나 모르는 것 있으면 손들고 질문하시면 설명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 그 할아버지는 황당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ㅋㅋㅋ

16명의 배심원을 뽑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검사 측에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객관적 판단이 선 사람을 뽑는 것으로 보였다. 여러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에 따라서 배심원으로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제는  변호사 측에서도 설명을 했고 질문을 했다. 변호사가 나를 지목하면서 물었다. 만약에 과학적 확실한 증거물이 있고 상대방은 사람의 증언이 있다면 어느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느냐는 말을 물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당연히 과학적 증거가 확실하다면 그것이 더 신빙성이 있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ㅋㅋㅋㅋ 변호사가 정확한 대답을 해주셨네요.라고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ㅋ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검사 측은 다 증언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나의 발언이 검사 측에서는 불리한 배심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배심원을 뽑는 자리에서 역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 검사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오늘의 배심원 소환된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결국 배심원으로 뽑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쁘게 다가왔다. 성범죄 사건을 마주 한다는 것은 필자로서는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 성범죄의 피해자였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법원 근처의 다운타운 모습

반갑다. 벚꽃아.. 날 기다렸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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