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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리뷰

by M.T.I 2010. 12. 30.

브로콜리 너마저 - 2집 졸업브로콜리 너마저 - 2집 졸업 - 8점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스튜디오 브로콜리

한줄평 : 한층 더 깊어진 담백함,
            그리고 조용히 울려퍼지는 무언가.



  M.T.I입니다! 음악리뷰는 정말 오랜만에 쓰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어학연수로 바빴고 음반을 사서 음악듣는 것도 3개월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외국 중고가게에서 산 일부 CD는 제외] 제가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한국에는 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거 다 사서 들으려면 저는 아마 신장을 팔아야 할꺼에요...[?!?!?!] 그 중에는 한 곡을 듣고 한번에 반해버린 인디 그룹, 브로콜리 너마저도 있었습니다. 나온 지 2달 넘게 지난 이 시점에서야 CD를 사고, 리뷰를 쓰게 되는군요...


  사실 2집을 내기까지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들에겐 조금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메인 보컬이었던 '계피'님의 탈퇴이지요. 담백했던 멜로디 라인을 따라 울려퍼지던 그녀의 목소리를 '브로콜리 너마저'란 이름으로 들을 수 없단 건, 조금은 아쉬운 일이 아닌가 했지요. 개인적으로는 '덕원'님의 보컬을 더욱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덜했습니다만, 일부 팬들은, 그리고 저보다 먼저 2집을 들으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음악은 좋은데 '계피'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고들 하시더라구요.



  처음에 들었을 때 제가 받은 느낌도 거기서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첫 트랙인 '열두시 반'을 들을 땐 아무리 '덕원'님의 분량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류지'님께서 보컬 파트를 커버한다고 하더라도, 이 앨범 어딘가엔 알수 없는 빈 자리가 느껴졌었습니다. 목소리의 색깔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는 건 둘째 치더라도, 가볍고도 어딘가 아련했던 그때 그 목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왠지 슬프게 다가옵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이 분이 노래를 못했다는 사실은 아닙니다! 단지 '계피'님의 후광에 아직 가려져 있을 뿐이란 이야기에요.) 



  하지만 앨범을 곱씹어 들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브로콜리 2집은 1집과는 뚜렷하진 않아도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컬의 차이에서만 느낄수 있는 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색깔을 빌어서 이야기 해볼께요. M군에게 브로콜리 너마저 1집, <보편적인 노래>는 초록색이었습니다. 청량하고도 애잔한 음악들은 마치 브로콜리를 입에 넣었을 때 퍼지는, 그 비릿하면서도 담백한 향과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반면에 브로콜리 2집, <졸업>은 파란색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어두워지면서도,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 합니다. 입에 넣은 브로콜리를 씹는 그 순간, 향보다 더욱 더 진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는 것처럼요. 

브로콜리 너마저 - 이젠 안녕.




  M군이 2집에서 느끼는 바가 딱 이렇습니다. 한층 더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좀 더 정면으로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일상의 우울함, 개인의 무기력함, 실연의 아픔, 그들이 노래하는 것들은 계피가 없는 이 시점에서, 이들의 1집에서와는 다른 '브로콜리 너마저'의 모습을 이 2집에서, 그들만의 소박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덕원'님의 2% 부족하며서 불안하지만 정감있는 보컬이야말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소박함' 그 자체가 아닐까 감히 말해 봅니다. 소통의 단절을 느끼면서도 타인과의 공유를 희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입니다.




  '졸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른 변화라고 하면, 노래의 소재, 그리고 노래에 그려진 현실의 모습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집에선 사랑과 희망적인 이상향을 노래하는 듯 했습니다. ('유자차'에서의 '봄날' 부분이 그러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이번 2집에서 그려신 현실의 모습은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인지 굉장히 차갑습니다. '그 어떤 가능성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미친 세상', '내가 있을 자리가 없는 곳', 슬프지만 그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단면입니다. 이 곳에선 '잊지 않을게'라고 외치는 그 희망조차도 낯설고 부질없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울지마'는 M군이 가장 맘에 들어하는 트랙입니다. 슬퍼하는 누군가를 위로하려 해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없는 마음, 그 아픔이 절절히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후렴 전까지는 절제되었다가 그 이후로 터져나오는 감정 표현의 대조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세상이 원래 그런거라는 말은 할수가 없고 아니라고 하면 왜 거짓말같지'와 같은 가사는 이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더 피부로 와닿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2집이 완전히 어딘가로 침잠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들이 인디 밴드이기에 찾아볼 수 있는 소소한 재치또한 이번 앨범에서도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에서 멜로디와 함께 담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었을 때, 조금 웃음이 나왔습니다. 덕원님 원래 경상도 분이셨던가요?!^^;;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이란 노래 또한 지난 앨범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고 있지만 그 사랑이 있음에도 마음은 공허하고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듯한 기분, 너무나도 외로워서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위로할 수 없는 그 상황이 절절히 전해져 옵니다.




  개인적으론 기대하면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앨범입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마음은 저의 기우였는지도 모르겠군요. '브로콜리 너마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 그 뿌리는 변함이 없었는데도 말이에요. 지난 2009년의 겨울을 1집 <보편적인 노래>와 따스하게 보냈다면, 2010년, 그리고 2011년으로 이어지는 이번겨울도 <졸업>으로 든든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담백해진, 그리고 조금 더 은은하게 전해지는 사실적인 모습이 담겨있는 음악들과 함께 말이에요.




  ps. 그렇다고 해도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졸업'이 K본부에서 방송불가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론 정말 의아한 부분입니다. K본부의 말을 인용하자면, 가사 중 "짝짓기"라는 단어가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니, 그렇게 치면 T모 그룹의 "쫄깃한 느낌을 Make it" // S모 그룹의 "빠져드는 Magic Hole"은 어떻게 통과했는지, 참으로 미스테리...합니다.



  ps2. 계피의 목소리가 듣고싶으신 분들은 '우클렐레 피크닉'이나 '가을방학'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쪽 음반도 듣고 리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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